24일 오전 바티칸의 성 베드로 성당에서 거행된 교황 베네딕토 16세 즉위미사에 참석해 교황 앞에서 순종 서약을 한 이탈리아 로마 교민 민동수(37) 씨는 25일에도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목소리였다. 민 씨와 부인 박은희(34) 씨, 아들 재희(6) 군은 이날 추기경 사제 평신도 등 12팀에 대한 강복에 세계인을 대표해 가족 단위로 참석했다.
한복 차림의 이 부부가 교황 앞에 서자 교황의 보좌관은 “한국에서 온 가족”이라고 교황에게 소개했다. 그래서인지 교황은 이들에게 영어로 축복의 말을 건넸다. 민 씨는 “교황님 목소리가 낮아 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가족의 평화’에 대해 축복해 주신 것 같다”고 전했다. 교황은 재희 군의 이마에 성호를 긋고 머리도 쓰다듬어줬다. 박 씨는 이탈리아어로 “교황님을 뵙게 돼 큰 영광”이라고 인사했다.
민 씨는 즉위미사 전날인 23일 바티칸 측으로부터 “내일 행사 때 잠시 할 일이 있으니 오늘 좀 다녀가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그때만 해도 꽃을 봉헌하는 정도일 거라고 짐작했는데 세계 가족 대표로 뽑혔다는 얘길 듣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1996년 로마로 이민해 로마와 바티칸을 중심으로 여행 가이드를 하고 있는 민 씨는 인터넷 사이트 로마무지개카페(www.romarainbow.com)도 운영하고 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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