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예매 사이트(인터파크)에서 연극 부문 1위인 이 연극의 평균 유료 객석점유율은 81%. 유료 관객이 절반을 넘기 어려운 대학로에서 모처럼 ‘터진’ 연극이다.
그 배경엔 배우 양동근(26)이 있다. 235만 명의 관객을 모은 영화 ‘바람의 파이터’의 차기작으로 택한 첫 연극무대에서 그는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대학로 창조콘서트홀(02-764-3076)에서 한달 째 공연 중인 그를 만났다.
● 이젠, 랩으로 관객을 모독한다
“이 임신 중절자.들.아./이 거부만 일삼는 놈.들.아./매일매일에 허덕이며 매어 사는 놈.들.아./이 학문이나 한답시고 떠드는 놈.들.아./이 부패한 민중.들.아./이 교양 있다는 계급.들.아./이 말세를 사는 속물.들.아./이 씨xx 탱xxx들.아.(이하 심한 욕설이라 생략)”
극의 하이라이트인 마지막 10분. 현란한 조명 아래 그가 힙합리듬에 맞춰 손가락으로 허공을 찌르며 자신이 직접 쓴 랩송으로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러자 자리에서 일어난 관객들은 콘서트에 온 양 즐겁게 박수를 치고 몸을 흔들었다.
1977년 초연 때 배우들이 퍼붓는 욕에 모욕감을 느낀 관객들이 항의하기도 했던 것에 비하면 세월의 차이마저 느껴진다.
“지금까지의 ‘관객모독’ 공연 중 가장 ‘젊은 버전’이죠. 랩에는 항변적인 성격이 있어 기존 연극의 틀을 깨는 이 연극과 ‘코드’가 맞는 것 같아요.”
6월 19일 막을 내리는 이 연극에 양동근은 석 달간 전 회 출연한다. 연극은 처음인데 부담스럽지 않을까.
“무대에 오르기 전엔 두려움도 있었죠. 처음 해보는 일인 만큼 그런 감정은 오히려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공연을 하면서 내가 얼마나 빨리 무대에 서고 싶어했던가를 깨달았죠.”
● 인생의 전문가를 꿈꾸다
그는 말투가 어눌하기로 유명하다. 4명의 배우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대사를 주고받아야 하는 이 연극에 그가 출연하게 되자 우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많은 대사를 막힘없이 소화해냈고, ‘반지의 제왕’의 ‘골룸’을 흉내 내는 등 객석의 웃음도 자아낸다.
인터뷰하기 까다로운 배우로 꼽혀왔던 것과 달리 그는 시종 성실하고 진지했다. 방송과 연극 연기의 차이를 묻자 “방송처럼 ‘매체’를 통한 연기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면, 연극은 슬롯머신과 같다”라는 등 이해가 될 듯, 말 듯한 비유를 하기도 했다.
8세 때 아역 배우로 출발해 연기생활 18년째. 연극무대에서 그를 계속 볼 수 있을까. 그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했다.
“나는 일의 전문가보다는 인생의 전문가가 되기를 꿈꿉니다. 지금은 내 성격과 정체성을 형성해 가는 과도기인데 이 시기에 연극을 함으로써 내가 더 풍요로워졌어요. 그래서 행복합니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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