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간을 짚자마자 미끄러워 그만 붕 뜬 채 1m 아래로 추락했습니다. 분명 돌발 상황이었죠. 하지만 감독님은 바닥에 누워있는 저를 보시고 떨어지는 장면이 리얼하다는 이유만으로 그 자리에서 ‘코믹’ 버전으로 가자고 하셨죠. 사람들 눈치 보며 했던 ‘쪽팔려’라는 즉흥대사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니까요.”
당초 이 장면에서 시청자들은 ‘우와’ 하는 탄성을 지르게 되어 있었으나 1m 아래로 떨어진 공유를 보고 사람들은 킥킥댔다.
최근 ‘건빵선생과 별사탕’의 드라마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공유 오빠 딱이에요’ 같은 글이 수없이 올라오고 있다. 어느덧 20대 후반인 그에게 고등학교 3학년 생, 그것도 문제아 역할이 ‘딱’이라고 하니 공유 스스로도 놀랄 따름이다.
“사실 드라마 시작 전에 걱정 많이 했어요. ‘27세인 공유가 무슨 고등학생?’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렸죠. 하지만 지금은 주위에서 저를 탤런트 공유가 아닌 드라마 주인공 ‘박태인’으로 부르시는 분들이 많아요. 점점 연기에 몰입하다보니 말투도 행동도 고3이 된 듯해요. 그저 연기 열심히 한다는 칭찬으로 생각합니다.”
‘건빵선생과 별사탕’은 사제 간의 사랑을 다룬 학원물. 공유 스스로 ‘반항아의 집대성’이라고 할 만큼 ‘박태인’은 재혼한 아버지(이효정)로부터 버림받고 도피성 해외유학을 떠나지만 적응하지 못한 채 한국으로 되돌아온다. 그 후 정석고 임시 국어교사인 나보리(공효진)의 감시를 받으며 그녀에게 점점 ‘반항아 기(氣)’를 빼앗긴다. 그 대신 나보리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빈 공간을 채운다.
“‘박태인’은 겉만 번지르르한 ‘양아치’와는 다른 부류입니다. 재혼한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한 채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추억으로 살아가는 아이죠. 겉으로는 까불고 멋있을지 모르지만 또래 아이들과 달리 자기 고민이 많습니다.”
그는 2001년 KBS 미니시리즈 ‘학교4’로 데뷔한 뒤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 ‘잠복근무’ 등에서 연이어 고등학생 역을 맡았다. ‘공유=고등학생 역’이라는 이미지 덕분에 ‘건빵선생과 별사탕’의 ‘박태인’ 역을 맡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요즘 고등학생을 생각하면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얼마 전에 한 학생이 제 사인을 받으러 왔는데 선배 심부름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선배가 직접 오지 왜 대신 왔느냐’고 묻자 심부름을 하지 않으면 맞는다고 얼굴을 찡그리더라고요.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요새는 가장 무서운 존재가 고등학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건빵선생과 별사탕’은 공유의 리얼한 연기 덕분인지 방송 4회 만에 시청률 12.6%(TNS미디어 코리아 통계)를 기록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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