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인간/에른스트 페터 피셔 지음·박규호 옮김/444쪽·2만1000원·들녘
◇통섭-지식의 대통합/에드워드 윌슨 지음·최재천 장대익 옮김/558쪽·2만5000원·사이언스북스
“날이 가면 갈수록 내게 더욱 더 새로워지는 것은 저 하늘의 별과 도덕법칙.”
독일 철학자 칸트의 묘비명에 있는 이 마지막 구절에서 별은 자연과학을, 도덕법칙은 인문학(또는 정신과학)을 상징한다.
생물학자이자 과학사가인 에른스트 페터 피셔 독일 콘스탄츠대 교수의 책 ‘인간’과 사회생물학의 창시자로 유명한 에드워드 윌슨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통섭’은 바로 이 ‘별’과 ‘도덕법칙’의 만남을 다루고 있다.
‘인간’이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종합적 연구 결과로서 인간을 규명하고 있는 데 비해, ‘통섭’은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통합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두 책은 자연과학인 동시에 인간에 대한 연구에 힘입어 점차 인문학을 포섭하고 있는 생물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피셔 교수는 ‘학문의 근간을 이루는 두 개의 영혼’으로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들며, 결국 인간 연구는 인과법칙의 지배를 받는 세계와 자율의 논리가 지배하는 인간 내면의 통합에 대한 연구라고 설명한다.
그런 의미에서 1543년은 의미심장한 해다. 코페르니쿠스의 ‘천구(天球)의 회전에 관하여’가 발표돼 외부세계에 대한 인식의 일대 전환을 가져온 동시에 베살리우스의 ‘인체의 구조’ 발표로 인간 내부에 대한 과학적 탐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460여 년간 생물학은 구성요소로 본체를 설명할 수 있다는 환원주의에 심취해 세포-효소-분자-원자까지 인체를 쪼개고 또 쪼갰다. 그렇게 심연으로 파고들던 인간 내면의 탐사는 인간게놈 프로젝트를 기점으로 밑바닥을 치고 다시 부상하고 있다.
DNA 구조를 발견한 제임스 잡슨의 이 말은 과학과 종교학, 물리학과 심리학의 융합으로서 생물학의 전환을 상징적으로 담아냈다.
이제 생물학은 종교의 영역이던 영혼의 영역을 넘보고 있다. 세포막에 있으면서 호르몬과 결합하는 수용체나, 위장과 중추신경계에 분포하면서 화학전달물질과 결합하는 신경펩티드는 바로 육체와 정신의 만남이 이뤄지는 곳이다.
뇌에서 나오는 분자 형태의 ‘BDNF(뇌 유래 신경성장 인자)’는 유전이냐 환경이냐는 해묵은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정상적인 생쥐는 3주간 빛을 보지 못하면 시각을 잃는다. 그러나 BDNF를 활성화시키면 시각이 살아난다. 이는 유전자가 경험의 역할을 대체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시각학습을 담당하는 유전자가 빛이라는 환경을 만나야 비로소 작용한다고 볼 수도 있다. 유전자와 환경이 배타적 관계가 아니라 상호작용의 관계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통섭’의 저자 윌슨 교수는 생물학에서 이뤄지는 이런 지적 통합의 경험을 전체 학문으로 확장시켜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는 “21세기의 학문은 자연과학과 인문학으로 양분되고 사회과학은 생물학이나 인문학에 편입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인문학과 과학도 융합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는 뇌과학, 신경생리학, 인공지능학, 사회생물학, 진화심리학 등 첨단 학제 간 연구의 성과를 종횡무진 설명하면서 사회학과 인류학, 심지어 경제학까지 자연과학과 통합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윌슨 교수의 지적 통합론은 그 한계로 인해 많은 비판을 받은 20세기 서구 계몽주의와 환원주의의 전통을 긍정한다는 점에서 이율배반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윌슨 교수는 과학과 형이상학의 통합을 도모한 계몽주의의 꿈을 되살리는 것을 이카로스의 전설에 비유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태양이 우리 날개의 밀랍을 녹이기 전에 우리가 얼마나 높이 날 수 있는지 알아보자.”
원제는 Die Bildung des Menschen(2004년), Consilience-The Unity of Knowledge(1998년).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