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어느 계열사 L 사장을 만나 대화를 나눠보면 흥미진진하다. 그는 경제 경영 기술동향 예술 등 세상의 다양한 흐름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그걸 구수한 이야기로 풀어낸다. 그렇다고 해서 달변 스타일은 아니다. 그를 만나고 나면 ‘무척 유익했다’는 느낌이 든다. 그는 말로써 상대방의 마음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조직생활에서 말을 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상사에게 보고할 때, 리더가 부하들에게 스피치를 할 때, 거래 회사 임직원과 상담을 벌일 때, 동료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 상대방을 이해시키고 감동을 주면 일이 술술 풀리지 않겠는가. 물론 ‘말을 잘하는 것’과 청산유수식 ‘달변’은 별개의 것이다.
말을 잘하려면, 즉 남을 설득하고 공감을 얻으려면 어느 정도 훈련이 필요하다. ‘매력적인 말하기’는 이 훈련에 도움을 주는 교과서가 될 만한 책이다. 사람끼리의 의사소통에 대해 공부한 저자는 커뮤니케이션 이론을 바탕으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사례들을 분석했다. 구체적인 응용 방법도 소개했다.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받은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수상소감에서 “아직도 일한다는 게 기쁘다. 96세인 어머니가 계신다. 젊은 유전자에 감사한다”고 발언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가 만약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밋밋하게 말했다면 그저 그런 말로 잊혀졌을 것이다. 그는 효과적인 수사(修辭)를 사용함으로써 주목을 끈 것이다.
자신의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는 6가지 방법은 ①말의 핵심에 집중하라 ②논리와 감성이 잘 어우러져야 한다 ③재미있고 흥미롭게 풀어나가라 ④내용이 좋으면 표현도 생생해야 한다 ⑤실언을 조심하라 ⑥대화상대를 배려하라 등이다.
①항과 관련해서는 핵심부터 끄집어내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말머리에 “지금부터 ○○○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는 식은 구태의연하다.
②항과 관련해 논리 감성 상징의 3박자가 잘 어울려야 한다. 때로는 눌변이 감성을 자극해 달변보다 더 효과적이기도 하다. 달변인 정치인이나 영업사원은 신뢰성이 낮아질 수도 있다.
③항을 개발하려면 유머를 적절히 써야 한다. 그러나 과신은 금물. 유머를 잘못 쓰면 독이 될 수도 있다. ④항 부분을 단련하려면 신문 제목을 눈여겨보면 좋다. 짧은 단어에 함축적인 표현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⑤항과 관련해 실언을 하면 솔직한 사과로 상대방의 노여움을 풀어야 한다. 가벼운 말실수는 유머로 정정하면 괜찮다. ⑥항과 관련해 유념해야 할 것은 대화와 연설은 듣는 이 중심으로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훈계조, 설교조는 곤란하다.
저자는 “성공하는 리더를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어떤가. 이 책에서 배운 6가지 대화 습관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아 리더가 되고 싶지 않으신가.
고승철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 che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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