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추앙하는 사람과 배격하는 사람은 많지만, 18년이나 대한민국의 키를 쥐었던 그가 자신의 신념을 어떻게 밝혀 왔는지 꼼꼼히 들여다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 책은 박정희(1917∼1979) 전 대통령이 국내외에서 발표한 연설문과 기고문을 통해 그가 표방한 통치철학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5·16군사정변 3개월 뒤에 발표한 ‘빈곤과 혼란에서 떨쳐 일어나자’ 제하의 연설문에서 그는 ‘헌법에 규정된 복지사회는 언제나 공문화(公文化)된 채로 국민은 최저생활마저 위협을 받아 왔다’고 질타한다. 경제성장이야말로 민주주의 정착을 포함한 국가경영의 기반이라는 생각을 밝힌 것이다.
민정 이양을 앞둔 1963년에는 ‘외국에서 들어오는 주의, 사상, 정치제도를 우리 체질과 체격에 맞추어서 우리에게 알맞은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 본인이 주장하는 민족주의’라고 주장한다. 이때 이미 그가 서구식 민주주의의 이식보다 민족주의를 먼저 생각했음을 알 수 있다.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마무리하는 1966년, 그가 ‘미국, 독일, 이스라엘, 덴마크’를 본받아야 할 모범국가로 꼽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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