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7월 10일 고려대 일민박물관(백주년기념삼성관)에서 열리는 ‘고구려 특별전-한국 고대의 글로벌 프라이드, 고구려’에는 북한의 조선중앙역사박물관이 자랑하는 국보급 유물을 포함한 국내외의 대표적 고구려 유물이 다수 선보인다. 특별전 개막에 앞서 고구려인의 웅혼한 기상과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주요 유물을 소개하는 지상전을 갖는다.>>
고구려인들은 일찍부터 말타기를 즐겼다. ‘삼국지’ 등 옛 문헌에 고구려인들은 과하마(果下馬·과일나무 밑을 지나갈 정도로 작은 말) 같은 말을 많이 길렀고, 어려서부터 말을 타고 활쏘기 창던지기 등 무술을 연마했다고 기록돼 있다.
1994년 북한 강원도 고산군과 회양군의 경계인 철령의 3세기경 고구려 건물터에서 발굴된 기마모형 58점(철제 54점, 청동 4점)은 이 같은 고구려의 활달한 기상을 보여 주는 유물이다. 이번 고구려 특별전에는 철제 말과 청동제 말 각 1점과 사신(四神) 4점이 전시된다.
발굴 당시 이들 기마모형은 크게 3개의 무리를 지어 놓여 있었다. 수십 개의 기마모형이 이처럼 무더기로 나온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말 모형이 발굴된 경우는 많으나 대부분 흙이나 나무로 만든 것이었다.
지휘관용을 본뜬 것으로 보이는 무리 중심의 대형 청동 기마모형은 두꺼운 가죽깔개와 꽃무늬를 수놓은 고급 담요 등 마구(馬具) 장식이 화려하다.
더욱이 주목할 점은 주변에 청룡(靑龍) 백호(白虎) 주작(朱雀) 현무(玄武)를 사방에 배치했다는 점. 사신은 일반적으로 죽은 자의 영혼을 지켜 주는 수호신으로서 고분 벽화에 흔히 등장하지만 기마대 행진이라는 현실 세계에 적용된 예는 처음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기마대 행진 모형이 제사 의식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한다. 기마 모형이 출토된 건물터는 기마부대가 큰 싸움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해 세운 건물이 있었던 곳으로, 기마부대의 전승(戰勝)을 기원하는 제례행사를 진행했던 장소로 보인다는 것이다.
▽도움말 주신 분=전호태(全虎兌) 울산대 교수, 여호규(余昊奎) 한국외국어대 교수
▽참고 북한자료=민족문화유산 2003년 제2호, 조선고고연구 1994년 제4호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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