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가요 뮤지컬’에도 봄·봄·봄

  • 입력 2005년 5월 3일 18시 53분


사진제공 P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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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 뮤지컬 시대가 활짝 열리려나.

흔히 ‘콤필레이션 뮤지컬(Compilation Musical)’로 불리는 가요 뮤지컬은 귀에 익숙한 인기 대중가요들에 줄거리를 얹어 만들어진다.

현재 1970, 80년대 히트 가요들을 엮어 만든 ‘달고나’와 ‘행진! 와이키키 브라더스’가 각각 대학로와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 중이다. 두 편 모두 고정 레퍼토리를 목표로 하는 작품들로 ‘달고나’는 이번에 6개월 장기공연에 도전한다.

○‘매직 카펫 라이드’, ‘서른 즈음에’, ‘광화문 연가’…

올 하반기 선보일 또 한 편의 가요 뮤지컬은 ‘매직 카펫 라이드’. 인기 밴드 ‘자우림’의 노래들을 엮었다. 이미 대본이 완성돼 젊은 극작가 이해재가 극본을, 연극 ‘라이어’를 만든 이현규가 연출을 맡는다. 사다리아트센터에서 12월 17일부터 공연한다.

‘서른 즈음에’(가제)는 작고한 김광석의 노래들로 만드는 가요 뮤지컬. 올 연말 프리뷰 공연을 갖고 내년 1월 6일 김광석 10주기에 맞춰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막을 올릴 예정이다.

‘소녀’ ‘사랑이 지나가면’ 등의 인기 작곡가 이영훈의 곡을 바탕으로 한 2편의 뮤지컬, ‘광화문 연가’와 ‘라인옥, 이태권’도 대본 초고가 나와 있는 상태다.

가수 이문세는 자신의 노래들을 엮어 만든 ‘붉은 노을’이라는 뮤지컬을 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조용필도 드라마와 음악을 접목한 ‘뮤지컬 전 단계’ 형태의 콘서트를 꾸준히 해 오고 있다.


○브로드웨이에도 팝 뮤지컬 밀물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 브로드웨이에도 인기 팝 가수들의 히트곡들로 만들어지는 뮤지컬이 넘쳐 난다. 올해 공연되고 있거나 공연될 작품만 6편. ‘맘마미아’(그룹 ‘아바’)와 ‘무빙 아웃’(빌리 조엘)이 각각 5년과 4년째 롱런 중이고, 올 3월에는 ‘올 슈크 업’(엘비스 프레슬리)이 선보였다. 7월에는 ‘레넌 더 뮤지컬’(존 레넌)이 가세하고, 그룹 ‘포 시즌스’의 노래들로 엮은 뮤지컬도 올가을 공연을 목표로 준비되고 있다.

뮤지컬 평론가 조용신 씨는 “팝 뮤지컬은 작품성이 다소 떨어져도 흥행성이 높다고 생각해 점점 안전지향성을 띠는 뮤지컬 투자자들이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특정 음악을 향유한 세대나 특정 가수(그룹)의 팬 등 뚜렷한 ‘타깃 관객’이 존재한다는 것도 장점이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팝 뮤지컬이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비치 보이스’의 인기곡을 망라한 ‘굿 바이브레이션스’는 올 2월 막을 올렸다가 2개월 만에 내렸다.

○콤필레이션 뮤지컬, 약인가 독인가

‘달고나’의 프로듀서인 김종헌 PMC 상무는 “한국 영화가 어느 순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눌렀듯이 외국의 대형 뮤지컬에 맞서려면 결국 ‘우리 정서’로 승부해야 한다”며 “우리 정서와 감성을 자극하는 데 가요만큼 강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교수(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는 “창작 뮤지컬의 최대 약점이 기억에 남는 멜로디가 없다는 점인데, 사람들에게 친숙한 가요들로 만들어진 뮤지컬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창작과 실험을 통해 뮤지컬이 발전해야 하는데 가요 뮤지컬은 있는 노래의 ‘짜깁기’ 능력만 키운다는 지적도 있다. 이유리(청강문화산업대 공연산업계열) 교수는 “가요 뮤지컬은 단순히 히트곡들을 이야기로 꿰어 내는 것이 아니다”며 “무엇보다 음악적 통일성을 꾀할 수 있는 전문 편곡 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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