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은 교육원 불학연구소(소장 화랑 스님)와 전국선원수좌회 편찬위원(위원장 혜국 스님) 스님 15명과 함께 2년여 노력 끝에 구체적 사례와 지침 위주로 간화선을 소개한 책을 펴냈다. 조계종은 홈페이지(www.buddhism.or.kr)에 ‘간화선 정보센터’를 개설해 주요 내용을 올렸으며 질문을 받는 코너도 개설했다.
스님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만났다.
―간화선이 무엇입니까.
“간화선은 화두(話頭)를 근거로 수행에 정진해 깨달음을 얻는 참선법입니다. ‘이 뭐꼬(是甚마)’, ‘뜰 앞의 잣나무’, ‘개에게도 불성(佛性)이 있습니까? 무(無)’, ‘마른 똥 막대기이니라’ 등이 비교적 일반에 잘 알려진 대표적인 화두입니다.”
―본래 선은 언어나 문자에 의지하지 않고 마음과 마음으로 전한다고 하는데 책을 펴내게 된 동기가 있으신지요.
“참선이나 명상에 대한 관심은 많아졌는데, 정작 불교에 대한 이해는 적은 것 같습니다. 합리적 사고에 익숙한 현대인에게 맞는 지침서가 필요하다고 보고 종단 차원에서 마련했습니다. 선이나 불교는 특별하거나 어려운 게 아니에요. 생활과 분리된 것도 아니고요. 간화선 수행은 행복으로 가는 길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수행을 하면 행복해지나요.
“간화선은 ‘생각의 혁명’을 이루는 수행입니다. 좋다 나쁘다, 옳다 그르다, 있다 없다, 너다 나다 같은 이원적인 사고를 뛰어넘어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으며 고정된 실체는 없다는 공(空)과 무아(無我)를 깨닫는 것입니다. 이 경지에서는 분리와 싸움이 없으니 평화가 있을 뿐이지요. 설사 대립하고 갈등한다 하더라도 객관화돼 있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휘둘리지 않게 되니, 스트레스도 덜어집니다. 그러면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지혜가 나오는 것이지요.”
―남보다는 나를 먼저 생각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요즘 세상에 너무 비현실적인 이야기 아닌가요.
“하긴, 요즘 세상은 너무 이기심만 가득해 갈수록 각박해진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봅시다. 우리가 사는 목적이 무엇입니까. 행복해지는 것 아닙니까. 이기심과 욕망을 앞세워 물질은 갈수록 풍요로워지고 있지만, 과연 그만큼 행복해지고 있습니까? 물질적 풍요는 정신적 풍요가 같이할 때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하고 싶은 것 다하고 갖고 싶은 것 다 가져도 행복감은 일시적입니다. 행복할 때도 있지만 불행할 때도 있어요. 욕망이 크면 클수록 고통도 더 큽니다. 그러나 간화선 수행을 하면 내적인 욕망이나 바깥 상황에 휘둘리지 않아 날마다 좋은 날이지요.”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라 했는데, 스님께서는 지금까지 ‘깨달음’이란 말을 한번도 안 쓰셨네요.
“수행의 목적은 깨달음이 아니라 행복하고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한국불교는 견성(見性·깨달음)만 하면 행복하고 못하면 불행하다는, 이른바 모 아니며 도라는 식으로 생각합니다. 도인은 내가 도인이다 하는 법이 없습니다. 깨달음을 얻겠다고 머리 깎고 스님이 될 필요도 없지요. 부처님의 가르침은 생활을 버리라는 게 아니라 생활 속에서 행복을 찾으라는 것입니다. 수행한다고 생활을 버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승불교는 ‘여기 이 생활’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한국인은 원체 스님들의 생활을 보고 실망을 많이 하다 보니(웃음) 산에서 수행에만 몰두하는 스님들을 만나면, 이게 진짜인가 보다 합니다. 그러나 생활과 수행은 따로 있는 게 아니지요. 이건 우리 스님들 잘못이 큽니다.”
―속세가 혼탁한데 승가(僧伽)에만 절대적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지 않나요.
“고마운 말입니다. 하지만 승려는 세속에서 추구하는 가치를 버린 사람, 포기하고 온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잣대는 더 혹독할 수밖에 없지요. 비판을 많이 받을수록 반성할 것이 많은 법입니다.”
―며칠 후면 ‘부처님 오신 날’(15일)입니다. 이날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지요.
“니캉 내캉(너와 내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자는 겁니다. 어려운 게 아니에요. 특히 정치하시는 분들, 사회지도층에 계신 분들이 그런 삶을 살아야 합니다.”
20세 때 경북 김천시 청암사 수도암에서 법희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고우 스님은 조계종 종립선원인 경북 문경시 봉암사를 한국 수행도량의 상징으로 세웠고, 요즘 선방수좌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는 각화사 태백선원을 이끌고 있는 대표 선승(禪僧)이다. 그는 20여 명의 수좌와 함께 15개월 동안 하루 15시간씩 참선수행하는 가행(加行) 정진을 지난해 봄에 마쳤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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