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울고 싶지?…’ 출간한 신정일씨

  • 입력 2005년 5월 6일 16시 46분


‘울고 싶지? 그래 울고 싶다’(김영사)는 문화 사학자인 신정일(51·사진) 씨가 ‘평생 언젠간 한번은 써보고 싶다고 다짐했던 책’이다. ‘열하일기’ ‘지봉유설’ ‘난설헌집’ 등 옛 고전에 실린 수많은 선인들의 가난과 이별, 죽음, 그리고 그 뒤에 밀려오는 슬픔에 대한 87편의 주옥같은 글들을 모으고 거기에 자신의 단상을 붙였다.

신 씨는 “세상을 둘러보면 정말 분노와 적개심만 남아 있는 것 같다”며 “사람들의 마음 가운데서도 슬픔에는 아름다움이 있고 삶을 깨끗이 씻어낼 힘도 있는 것 같다”며 이 책을 쓴 뜻을 밝혔다. 그는 1만 권이 넘는 책을 가진 애독가다. 그는 “오랫동안 ‘이 책을 쓰리라’고 생각하면서 고전을 읽었고, 최근 3년간 힘을 모아 글을 썼다”고 말했다.

그에게 이번 책에 실린 글들 가운데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글들을 물어보았다. 그는 조선시대 연산군 시절 무오사화 때 서른네 살의 나이로 숨진 김일순이 둘째형을 먼저 저세상으로 보낸 뒤 쓴 글을 꼽았다. ‘떠도는 생은 한정이 있으나 회포는 끝이 없어’라는 제문이다. 신 씨는 “김일손은 두 형을 모시는 마음이 극진해 형들이 모두 과거에 급제한 뒤에야 과거에 나섰을 정도”라며 “간절한 마음이 가슴에 와 닿는 글”이라고 말했다.

애절한 마음이 심금을 울리는 글로는 정철이 딸을 잃고 쓴 제문 ‘너의 요절은 나의 과실이니’를 들었다.

‘추운 겨울 찬 방에 얼음과 눈발이 살에서 나올 정도였으니, 건강한 사람도 어렵거든 하물며 병든 네가 어찌 부지할 수 있었겠느냐…이 요절이야말로 곧 나의 과실이니 백 년이 지나도록 뉘우치고 통곡하여도 미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신 씨는 “실학자 이익이 백성들의 가난한 삶을 지켜본 뒤 눈물을 흘리며 쓴 글 ‘장태식(길고 큰 한숨)만으로는 부족한 지경이로세’를 읽으면서는 언젠가 서울 용산역에서 본 노숙자들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슬픔을 피하려 하지 말고, 맑고 깨끗한 사랑이 되게끔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우리 땅 걷기 운동모임’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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