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면 한 젓가락에 고량주 한 잔이면 소위 ‘필’이 꽂히죠. 고상함과 품위도 좋지만 술에 술탄 듯, 물에 물탄 듯 부드럽게 자유를 연주하는 것이 재즈 아닐까요. 하하.”(이동기)
○ “마지막 열정 불태울래요”
홍덕표(77·트롬본) 최세진(75·드럼) 강대관(72·트럼펫) 이동기(68·클라리넷) 신관웅(59·피아노) 등 한국의 재즈 1세대라 불리는 재즈 아티스트들이 15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섬유센터 이벤트홀에서 ‘재즈파크 콘서트’를 갖는다. 2003년 2월부터 한 달에 한 번씩 무료공연을 해온 이들은 올해부터 매년 대형 공연을 가질 계획이다. 이번 공연은 그 첫 번째 무대로 자칭 ‘재즈 마니아’라고 하는 가수 최희준이 보컬로 참여해 이들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함께 무대에는 여러 번 섰지만 정식 공연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대중가요인 제 노래를 재즈로 부르는 것은 대단히 영광스러운 일이죠. 선배님들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최희준)
“우리만큼 행복한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요. 각자 악기 하나씩 연주하며 건강하게 사는 것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입니다. 그저 건강한 지금 마지막 열정을 불태운다는 심정으로 공연장에 오를 겁니다.”(강대관)
○ “연주하다 졸면 애드리브죠”
공연이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연습은커녕 이들은 추억 얘기를 안주 삼아 술잔을 들이켠다.
“피아노 치다가 깜빡 졸아서 연주해야 하는 부분을 그냥 지나치곤 했죠. 그럴 땐 ‘애드리브’(즉흥연주)라고 둘러대요.”(신관웅)
1950년대 미 8군 공연 무대에서 만난 이들은 50년 넘게 각자의 영역에서 연주를 해왔다. 이들을 한 자리에 모은 것은 피아니스트 신관웅. 그는 이 모임에서 ‘신대장’이라 불린다.
약간의 술기운을 느낀 이들은 무대에 나가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악기 튜닝도 없이 곧바로 흑인 민요 ‘웬 더 세인츠 고 마칭인’을 연주했다. 이들에게 재즈는 ‘관성’과 같은 듯했다.
“50년 동안 늘 연습했는데 뭐 따로 있나. 그저 리허설 때 좀 일찍 와서 자리 잡고 있으면 돼요. 재즈는 명곡이 아닌 명연주로 승부하는 겁니다. 명연주가 뭐냐고? 눈 감으면 보이는 것. 바로 자유입니다.”(최세진)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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