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배준·29)와 테이크(임희택·27)로 이루어진 ‘사이드-B’는 1997년 결성됐다. 데뷔 당시 홍익대 주변의 힙합 클럽에서 실력을 쌓아가던 이들은 1999년 10월 2000장 한정앨범 ‘사이드-B 인 더 플레이스 투 비’를 발매해 일주일 만에 1500장을 팔았다. 나름대로 팬을 확보한 이들은 2000년부터 클럽 공연을 중단한 채 데뷔 음반 작업에 돌입했고 결국 5년의 공들임 끝에 12일 데뷔 음반을 내놓는다.
“데뷔 앨범에 총 17곡이 수록됐는데 절반 이상이 3, 4년 동안 만지작거린 곡들입니다.”(가스)
영화 ‘주먹이 운다’에 삽입돼 앨범 발매 전부터 인기를 얻은 ‘저스트 두 잇’, 테이크의 강한 래핑이 인상적인 ‘히어 위 고’, 가수 J와 여성 듀엣 ‘애즈 원’이 각각 참여한 ‘FBD’, ‘SB 파티’, 힙합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힘들어도 포기하지 마’라는 메시지를 담아 부른 ‘넥스트 제너레이션’ 등 7년 동안 클럽 공연에서 쌓은 내공을 음반에 담았다. 그 핵심은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세련된 힙합’이다.
멤버 중 테이크는 MC 임성훈의 아들이다. 데뷔 초 반대했던 아버지도 지금은 묵묵히 아들을 지켜보고 있다.
“아직 아버지 손에 데뷔 음반을 쥐어드리지는 않았지만 늘 조심스럽죠. 아버지는 웃으시면서 ‘너 내가 예전에 ‘시골길’이란 노래 부른 거 알아? 그렇게 되면 안 돼’라고 하시면서 선배 가수로서 조언도 가끔 해주세요.”(테이크)
‘힙합은 비주류 B급 문화’라며 그룹이름을 ‘사이드-B’로 지은 이들의 힙합론은 사실 21세기에는 통하지 않는다. ‘힙합 좀 한다’고 으스대는 청년들이 줄지어 서 있고 웨스트코스트 랩, 이스트코스트 랩을 논하는 누리꾼만도 어림잡아 몇 만 명은 되기 때문이다.
“‘B’가 ‘A’ 됐다고 마음까지 변하면 안 되죠. 저희는 초심을 잃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계속 ‘B’로 밀고 나가렵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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