水(물 수)와 玄이 둘 모인 玆(이 자)가 결합된 滋(불을 자)는 갑골문에서 물(水)에 실타래(玄)를 담가 놓은 모습인데, 染色(염색)한 실타래를 물에 씻는 모습으로 추정된다. 염색한 실타래를 냇물에 담그면 색깔이 주위로 퍼져 나가 물이 검고 혼탁해지기에 滋에 ‘불어나다’는 뜻이, 玆에는 ‘검다’는 뜻이 생겼다. 그래서 玄과 玄이 둘 모인 玆, 玆에 水가 더해진 滋는 모두 같은 어원을 가지는 글자들이다.
이 때문에 玄은 물들인 실타래의 색깔이 물에 풀리듯 그러한 ‘검푸른 색’을 말하며, 이로부터 깊고 아득함의 뜻이, 다시 심오하고 신비함의 의미가 생기게 되었다. 玆 역시 ‘검다’는 뜻을 가지지만, 이후 ‘이곳’이라는 의미로 가차되자 다시 水를 더해 滋로 분화했으며, 이후 滋는 검푸른 색깔이 물 속에서 점점 퍼져 나가듯 ‘불다’의 의미로 주로 사용되었다. 여기서 파생된 자(불어날 자)는 자식(子·자)이 불어남을, 慈(사랑할 자)는 마음(心·심) 씀씀이가 한없이 불어나는 ‘사랑’을, 磁(자석 자)는 자기장을 이용해 다른 물체를 붙여 체적을 불어나게 하는 광물질(石·석)을 말한다.
현행 옥편에서 玄부수에 귀속된 率(거느릴 솔·법률 률)은 실로 꼰 줄(玄) 양편으로 까끄라기가 삐져나온 모습에서 ‘동아줄’을 그렸고, 동아줄이 배나 거대한 물체를 묶는 데 쓰임으로 해서 이끌다, 이끄는 사람, 이끄는 표준 등의 다양한 뜻이 생겼다. 그리고 牽(끌 견)은 희생에 바칠 소(牛·우)를 줄(玄)로 매어 끌고 가는 모습이며, 弦(시위 현)은 활(弓·궁)의 시위를 말한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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