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파워’를 앞세우는 최근 한국 영화 틈바구니에서 이 영화는 ‘젊음의 힘’으로 맞서기 때문이다. 서울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그들을 만났다.
○ 촬영 전 3개월 하루 7시간씩 인라인 맹훈련
“공으로 하는 운동은 다 잘하는데 바퀴 달린 건 젬병이었어요.”(김강우·모기 역)
이들은 촬영을 시작하기 전 하루 7시간씩 3개월간 인라인스케이팅 훈련을 했다.
“실력이 금방 늘지 않았어요. 제일 잘 타야 하는 역할이라 고민도 했지만 막바지에는 제일 잘 탈 수 있었어요.”(천정명·소요 역) “인라인스케이터들을 비디오에 담는 역이어서 비싼 장비를 들고 타야 하니까 정말 노력했어요.”(조이진·한주 역)
훈련으로 친해진 이들은 촬영이 없는 날도 만나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며 놀았다. 내성적일 것 같은 김강우가 조이진의 말대로 ‘잘한다고 엉덩이를 두드려 주면’ 개그맨 뺨칠 정도로 웃긴다는 것도 알게 됐다.
○ 그저 인라인스케이트가 좋아서 탈 뿐
배고픈 줄도 모르고 몇 시간씩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영화 속 배역들은 엉뚱하고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모기’는 신문 한 부가 얼마인지 모를 정도로 세상사에 관심도 욕심도 없고, 성공에 대한 열망도 없다. 그저 순수하게 인라인스케이트가 좋아서 탈 뿐이다.
“20대라면 이루고 싶은 것도 많고 책임감도 생기잖아요. 그래서 대본을 받고는 ‘모기’를 이해하지 못해 힘들었어요.”(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 같았다고 할까.”(천)
그러나 인라인스케이트 트레이너와 석 달을 합숙하면서(김), 이들과 같이 술도 마시고 놀러 다니면서(천) 점점 그 삶을 이해하게 됐다.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었어요. 그냥 좋아서, 이유 없이 인라인스케이트에 빠져든 사람들이에요.”(천) “우리도 내기 당구 칠 때나, 사랑에 빠지면 그렇게 되잖아요.”(김)
○ 누나 같이 자상한 그러나 때론 직설적인 감독님
이 영화를 찍기 위해 인라인스케이터들과 3년을 어울렸던 정 감독은 배우들에게 자상한 큰누나 같았다. 정 감독은 어떨 때는 직설적으로, 어떨 때는 말을 자제하며 배우들이 스스로 이해하게 했다.
“내일 찍을 장면을 알려주고는 느낀 대로 대사를 써오라는 숙제를 내주세요. 지금까지 찍은 작품 중에 제일 많이 생각한 것 같아요.”(천) “자상한 감독님이 배우의 개성을 최대한 끌어내요. 아직 공부하는 단계의 배우들에게 큰 힘이 돼요.”(김)
○ 스타파워는 없다 다만 젊음만 있을 뿐이다
김강우는 영화 ‘실미도’ ‘해안선’ ‘꽃피는 봄이 오면’에 잠깐 나왔고, 천정명은 TV 드라마는 몇 편 했지만 영화는 두 번째다. TV CF로 데뷔한 조이진은 첫 영화다.
“스타파워…. 없어요. (흥행) 걱정이 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죠.”(조)
그래도 이들은 “영화를 본 모든 분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배우들의 의례적인 말로 들리지 않은 것은 태풍처럼 가슴을 치며, 태양처럼 타오르는 그들의 젊음 때문일 것이다. 6월 2일 개봉. 15세 이상.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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