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대 LG연암문고 측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동포 학자인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세계문학연구소 김여춘 교수가 최근 러시아제국 외교고문서관에서 사바틴의 명성황후 시해사건 목격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명지대 LG연암문고에 증언록의 사본과 전문(全文) 번역 및 해설문을 보내 왔다.
사바틴의 증언은 시해사건 이틀 뒤 주한 러시아 대리공사 카를 이바노비치 베베르가 본국에 보고한 ‘사건 경위 보고서’(본보 2001년 9월 26일 보도)의 토대가 되기도 했다.
사바틴은 증언과 함께 자신이 목격한 현장의 도면을 직접 그려 맨 마지막 장에 첨부했다.
사바틴은 1895년 10월 8일 새벽 명성황후의 거처 앞뜰에서 일본인들이 궁녀들을 끌고 나오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러나 그는 명성황후의 얼굴을 몰랐기 때문에 누가 황후인지 알 수 없었다.
사바틴은 목격기에서 “일본인들이 한국 여성들의 머리채를 거머쥐고 끌어낸 뒤 창문 밖으로 내동댕이치고 있었다. 내가 황후전 마당에 서 있는 동안 일본인들은 10∼12명의 궁녀들을 창문 밖으로 던졌다”고 당시 상황을 서술했다.
명지대 LG연암문고 박태근(朴泰根) 연구위원은 “사바틴의 목격기는 한일 관련 당사국을 제외하고 명성황후 시해 현장을 본 외국인의 유일한 기록”이라며 “이 글을 통해 시해사건에 대한 생생한 역사적 체험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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