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의 맹그로브 숲에서는 매일 밤 수천 마리의 반딧불이가 똑같은 주기로 반짝인다. 마치 크리스마스트리에 매달린 점멸등을 보는 것 같다. 누가 이들을 지휘할까.
인간을 비롯한 동물의 심장에서는 수천 개의 박동 조절 세포가 전기 리듬을 만들어내지만 뇌 또는 어떤 다른 기관도 박동 신호를 보내주지 않는다. 무엇이 심장 고동의 리듬을 결정하는 것일까.
저자는 달의 자전과 공전, 초전도(超傳導)현상 속에서 일어나는 전자들의 파동 일치 등 우주를 가득 채운 ‘동조(Sync)’에 주목한다. 혼돈과 무질서에 싸여 있던 우주공간에 질서가 나타나고, 특히 시간적 전개 차원에서의 질서가 혼란과 더불어 우주를 지배하게 된 것은 바로 ‘동조’의 원리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반딧불이들은 가까이 있는 동료들의 신호를 받아들여 자신이 내는 신호를 빠르거나 늦게 조절한다. 심장 박동 세포는 전하를 모아두었다가 일정치에 이르면 한순간에 방출하면서 동시에 옆 세포의 방전을 유도한다. 우두머리가 없어도 서로 영향을 주면서 일사불란한 행동통일을 이루어 내는 것이다. 이와 같이 동조는 ‘파트너의 신호에 맞춰 자기의 리듬을 동기화(同期化)’하거나 ‘한계값을 초과할 때 한순간에 신호를 방출’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지구에서 항상 달의 한쪽 표면만 보이는 것도 달의 공전과 자전이 ‘동조’된 결과다. 지구의 중력 때문에 약간 타원형을 띠고 있는 달은 지구와 가까운 쪽의 부푼 부분이 더 강한 중력을 받고 먼 쪽의 부푼 부분은 약한 중력을 받는다. 이런 힘의 불균형은 정확히 달이 지구를 공전한 각도만큼 스스로 자전하게 만든다.
이런 ‘동조’의 원리는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에 기술문명에도 응용되고 있다. 전력망을 연결할 때는 서로 몇백 마일씩 떨어져 있는 발전기들의 회전수가 똑같아야만 한다. 그렇지만 시계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 속도가 늦은 발전기는 빠른 쪽에서 전력을 끌어들여 그만큼 빨라진다. 이 결과 모든 발전기가 같은 리듬으로 돌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최근 전문가들과 대중 양쪽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복잡성의 과학’ 분야에서 새로운 성과를 다루고 있다. 카오스이론, 퍼지이론, 링크이론 등이 지금까지 익숙한 질서 또는 선형(線形)과학의 자리에서 새로운 눈으로 복잡계를 바라보았다면 이 책은 이제 다양한 복잡계 이론에 익숙해진 시선으로 ‘질서’의 의의를 새롭게 조명했다는 점에서 독자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저자는 하버드대를 졸업한 후 퍼듀대 생물학부의 아서 윈프리 교수 아래서 공동 연구를 진행하며 ‘동조’의 과학적 중요성에 눈뜨게 됐다.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재직 중 최고 강의상을 받았으며 현재 코넬대 응용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원제는 ‘SYNC’(2003년).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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