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卜)은 고대 사회에서 중대사를 결정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였고, 공동체에서 시행되던 거의 모든 일이 점을 통해 이루어졌다. 이 때문에 점을 칠 때 쓰던 뼈로써 시행의 의미를 그렸고, 여기서 使用(사용), 應用(응용), 作用(작용) 등의 뜻이 생겼다.
이후 중요한 일이 결정되어 모든 구성원들에게 이의 시행을 알리는 행위로서 ‘종’이 주로 사용되었기에 다시 ‘종’의 의미가 나왔다. 用에서 파생된 甬(길 용)은 윗부분이 종을 거는 부분으로 매달아 놓은 ‘종’의 모습인데, 고대문헌에서 用과 甬이 자주 통용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用과 甬이 들어간 글자는 대부분 ‘종’, 매달린 종처럼 ‘서다’, 속이 빈 ‘종’처럼 ‘통하다’, 큰 종소리처럼 ‘강력하다’ 등의 의미를 가진다.
예컨대, 庸(쓸 용)은 종(用)을 움직이는(庚·경) 것을, 傭(품팔이 용)은 그런 일을 하는 사람(人·인)을 말하며, 鏞(종 용)은 종을 강조하기 위해 金(쇠 금)을 더한 글자다.
또 甬에 力(힘 력)이 더해진 勇(날쌜 용)은 종(甬)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센 힘(力)을, 여기서 파생된 湧(涌·샘솟을 용)은 물(水·수)이 힘차게(勇) ‘솟구침’을, 용(踊·뛸 용)은 힘차게(勇) 뛰어오르는 동작(足·족)을 말한다.
그리고 桶(통 통)은 나무(木·목)로 만든 종처럼 생긴 ‘통’을, (용,통)(대통 용)은 대나무(竹·죽)로 만든 ‘대통’을, 俑(허수아비 용)은 종처럼 세워 놓은 사람을, 埇(길 돋울 용)은 흙으로 돋워 놓은 길을, 墉(담 용)은 높게 쌓은 흙 담을 말한다. 또 痛(아플 통)은 온 몸을 관통하듯 큰(甬) 아픔((녁,역)·녁)을, 通(통할 통)은 종으로 시행하듯 ‘통용되다’의 뜻을 가진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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