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 의원은 빡빡하게 진행된 하루 일정으로 이미 녹초가 된 상태. 전날 오전 6시에 일어나 라디오 인터뷰를 하고 조찬 모임과 당 의원총회,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회의, 토론회, 저녁 강연회 등에 참석했다. 이어 당 관계자의 문상까지 ‘악’ 소리 나는 일정을 소화한 뒤 집에 도착한 시간이 밤 12시가 조금 넘은 다음 날 0시 반.
심 의원은 “피곤했지만 하나밖에 없는 자식이 차갑게 식은 김밥을 가져가도록 놔둘 수는 없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그는 오전 5시 반에 일어나 아침밥을 짓고 그걸로 김밥을 말았다.
결혼한 여성 국회의원의 하루는 피곤하다. 일정이 빡빡한 것은 다른 남성 의원들과 마찬가지지만 가사 부담을 추가로 떠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대변인인 전여옥(田麗玉) 의원은 귀가가 매번 늦어지고, 피곤에 절어 말수가 줄어들면서 남편으로부터 “혹시 내가 싫어진 거 아니냐”라는 말까지 들었다. 전 의원은 논평 자료를 챙기느라 오전 2시가 넘어서야 잠자리에 들기 일쑤다. 전 의원은 “친정에서는 ‘버린 자식’이고 시댁에서는 쫓겨날 판”이라는 푸념도 늘어놨다.
같은 당 박순자(朴順子) 의원은 “매일 밤 12시 넘어 귀가하니까 남편이 ‘점점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더니 속았다’고 불만을 털어 놓는다”고 말했다. 쏟아지는 술자리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 남편을 ‘흑기사’로 불러내는 데 대한 미안함도 크다.
기혼 여성의원들은 “가정에 신경 쓰다가 의정활동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듣지 않도록 더 열심히 뛴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270여 개 시민단체가 뽑은 우수의원 가운데 기혼 여성(13명)은 전체 우수의원의 17.3%. 이는 전체 의원 299명 중 기혼여성(28명·9.4%) 비율보다 훨씬 높았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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