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4월 4일. 그룹 ‘비틀스’가 빌보드 싱글차트 1위부터 5위까지를 휩쓰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로부터 41년이 지난 2005년 3월 19일, 래퍼 50센트는 빌보드 1, 4, 5위를 차지했다. 힙합음악 역사상 빌보드 싱글차트 5위 안에 세 곡이 진입하기는 처음이었다.
비주류의 음악, 흑인들의 전유물이었던 힙합이 각종 음악 차트를 휩쓸고 있다. 팝 시장의 중심인 미국과 세계음반 시장 2위인 일본, 그리고 한국의 음악계에서 힙합은 지금 어떤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을까.
○미국에선 닥터 드레 사단 차트 휩쓸어
2005년 상반기 빌보드 차트는 흑인 래퍼 닥터 드레 사단의 독무대다. 닥터 드레의 프로듀싱으로 탄생한 래퍼 50센트와 신인 래퍼 더 게임이 빌보드 차트를 휘젓고 있다. 50센트의 2집 앨범 ‘더 매서커’와 더 게임의 데뷔 앨범 ‘더 다큐멘터리’는 발매 첫 주 1위에 올라 각각 400만 장, 200만 장씩 팔렸다.
싱글 차트에서도 50센트는 ‘캔디 숍’으로 9주간 1위를 유지했으며, ‘디스코 인퍼노’, ‘저스트 어 릴 빗’ 등을 동시에 히트시켰다. 또 더 게임과 50센트의 합작곡 ‘헤이트 잇 오어 러브 잇’도 2위까지 올라갔다.
현재 빌보드 차트는 1위부터 10위까지가 대부분 힙합곡이거나 힙합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곡이 많다. 가수 겸 DJ 배철수 씨는 “전 세계 젊은이들은 록 음악 대신 그들만이 누릴 수 있는 새로운 트렌드를 갖기 원하며 그 중심에 힙합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일본, 록음악 대신 ‘데프테크’ 등 인기
록그룹 ‘엑스 저팬’, ‘글레이’, ‘루나 시’…. 일본은 전통적으로 록 음악이 강세였다. 그러나 2005년 상반기 4인조 힙합그룹 ‘케츠메이시’와 2인조 힙합듀오 ‘데프 테크’는 록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있다.
민간요법에 사용되는 중국의 약초 이름을 딴 그룹 ‘케츠메이시’는 지난해 4월 ‘나미다(눈물)’란 곡으로 주목을 받았으며 올해 2월에는 싱글 ‘사쿠라’를 발표해 오리콘 싱글차트 1위를 차지하면서 싱글음반 판매 80만 장을 기록했다.
올해 1월 데뷔한 2인조 랩 듀오 ‘데프 테크’의 데뷔 음반은 5개월째 오리콘 앨범차트 3위 안에 머물면서 40만 장 이상 팔렸다. 그 외에도 3인조 그룹 ‘솔드 아웃’이나 한국에서도 유명한 랩 듀오 ‘엠 플로’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일본문화평론가 김지룡 씨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어로는 랩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으나 최근 그런 의식 자체가 깨지면서 일본인들에게 힙합 음악이 새로운 장르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선 ‘리쌍’ 등 거물 그룹들 컴백
1990년대 초반부터 힙합 음악이 강세였던 한국은 2005년 현재 거물급 그룹들의 컴백이 하나의 ‘현상’이다. 그룹 ‘에픽하이’와 ‘다이나믹 듀오’, ‘리쌍’ 등은 6월 말에서 7월 초 새 음반을 내놓을 예정이다. 현재 한국 힙합계의 주목받는 얼굴들은 ‘오래된 신인’이라는 것도 특징. 홍익대 앞 힙합클럽에서 몇 년씩 공연을 통해 실력을 쌓은 힙합그룹 ‘45RPM’은 그룹 결성 6년 만에, 2인조 듀오 ‘사이드-비’는 데뷔 7년 만에 최근 1집 음반을 발표했다.
평론가들은 기획사에 의해 만들어진 힙합 그룹들과 달리 이들 힙합그룹의 음악에는 노련미가 담겨 있다는 반응이다.
음악평론가 강헌 씨는 “기본적으로 힙합은 리듬의 음악, 몸의 음악이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자기표현에 충실한 젊은이들이 열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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