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컨대, (녁,역)은 疫(돌림병 역), 학(학질 학), 疥(옴 개) 등과 같이 구체적인 병명이나, 痛(아플 통), 痒(앓을 양) 등과 같이 질병의 정황을 나타내기도 한다.
疾(병 질)과 病(병 병)은 모두 병에 대한 통칭이지만, 옛날에는 일반적인 병을 疾, 질병 중에서도 중증인 경우를 病이라 구분해 썼다. 疾은 갑골문에서 사람의 몸(大·대)에 화살(矢·시)이 박힌 모습을 그렸는데, 소전체에 들면서 사람(大)이 병상(장)으로 변해 지금처럼 되었다. 화살에 맞으면 재빨리 치료해야 목숨을 건질 수 있었기에 疾에는 疾走(질주)와 같이 ‘빠르다’, ‘민첩하다’의 뜻도 생겼다. 病은 병들어 누운 사람((녁,역))을 옮기는(丙·병) 모습으로부터 중환자의 의미를 그려냈다.
또 瘦(파리할 수)는 (녁,역)과 수(늙은이 수)로 이루어져, 노인(수)처럼 ‘수척해짐’을 뜻한다. 노인이 되면 몸이 야위고 오그라들기에 ‘야위다’의 뜻을 갖게 되었다. 그렇게 본다면 현대 한국 여성들의 절대미라 할 수 있는 야윔(瘦)이 고대 사회에서는 ‘질병’의 일종이었던 셈이다. 수는 원래 손(又·우)에 횃불(火·화)을 잡고 집안(면·면)을 ‘뒤지는’ 모습이었는데, ‘늙은이’라는 의미로 가차되자 다시 手(손 수)를 더하여 搜(찾을 수)로 분화한 글자이다.
그런가 하면 疲(지칠 피)는 지치면 피부(皮·피)가 병든((녁,역)) 것처럼 꺼칠꺼칠해짐을, 痲(저릴 마)는 삼(麻·마) 즉 대마를 피운 듯 모든 신경이 마비됨을 말한다. 또 癡(어리석을 치)는 의심스러운(疑·의) 병((녁,역)), 즉 병명이 의심스러워 확실히 알지 못해 治癒(치유)하기 어려운 병을 말했으며, 이후 疑가 知(알 지)로 대체되어 痴로 변했다. 이는 智力(지력·知)에 병((녁,역))이 있는 상태, 즉 지적 능력이 모자라는 병을 지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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