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푸드]혀끝에 살살 달콤한 진화…아이스크림의 세계

  • 입력 2005년 5월 27일 04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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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겐다즈 베리스 그랑와플
하겐다즈 베리스 그랑와플
아이스크림이 생각나는 때다. 인류는 기원전부터 눈 또는 얼음에 꿀이나 과일을 섞어 먹어 왔다. 현재 아이스크림은 튀김 퐁뒤 스파게티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다. 닭고기 고래고기 굴맛 아이스크림 등 맛의 종류도 풍성해졌다. 아이스크림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돌아본다.

○아이스크림 종주국은 중국

중국 황제와 귀족들은 기원전부터 얼음에 소금과 과일을 넣어 만든 ‘셔벗’ 형태의 빙과를 즐겼다. 서양에서도 오랫동안 눈과 얼음을 먹어 왔지만 가공술은 중국에 못 미쳤다. 알렉산더대왕과 네로 황제도 얼음과자를 즐겨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네로 황제가 눈을 공수해 오는 군인들에게 “로마에 도착하기 전 눈이 녹으면 사형에 처한다”는 명령을 내렸다는 일화도 있다.

마르코 폴로가 ‘동방견문록’을 통해 중국의 기술을 이탈리아에 소개하면서 본격적인 서양 아이스크림 역사가 시작됐다. 서양 아이스크림의 기본 제조술은 모두 이탈리아에서 발전했다. 이후 카트린 드 메디치가 앙리 2세와 결혼하면서 프랑스에도 아이스크림 기술이 알려졌다.

하겐다즈 와인셔벗&치즈

유럽에서는 왕실 요리사들을 통해 아이스크림 제조법이 비밀리에 전수돼 평민들은 맛보기 어려웠다. 아이스크림이 지금과 같이 산업화 대중화된 것은 19세기 말 미국에서다. 각종 아이스크림 기계와 전문 업체가 생겨나면서 아이스크림이 빠르게 전파됐다. 미국은 세계 1위의 아이스크림 소비국. 미국 인구의 90%가 아이스크림을 즐기며, 7월 셋째주 일요일을 ‘아이스크림의 날’로 정하고 있다.

○아이스크림의 종류

아이스크림 가운데는 이탈리아의 ‘젤라토’가 가장 유명하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계단에 앉아 먹었던 것도 젤라토. 이탈리아에서는 아이스크림 가게인 ‘젤라테리아’에서 젤라토를 빵에 끼워 식사 대용으로 먹는 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아이스크림 안에 공기가 많지 않아 쫀득쫀득한 것이 특징이다. 차가운 젤라토를 따뜻한 빵에 올려 먹거나, 젤라토에 커피를 부어 먹는 등 다른 음식과 다양하게 응용해 먹는다. 한국에서도 최근 ‘구스티모’ ‘일 크레미노’ 등 젤라토 전문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프랑스인들은 소르베를 즐겨 먹는다. 과일 간 것을 살짝 얼린 얼음과자다. 셔벗과 비슷하지만 우유를 넣지 않는다. 고급 식당에서는 식사 전 오이나 피망, 굴 등을 넣고 간을 한 소르베를 내기도 한다. 프랑스 식당에서 코스 도중 나오는 아이스크림은 소르베가 아닌 그라니테. 생선 요리와 고기 요리 사이 입을 가시기 위해 먹는다. 기계에 갈아 질감이 부드러운 소르베와 달리 그라니테는 냉동실에서 그냥 얼리기 때문에 얼음 입자가 살아 있다. 신 과일이나 커피처럼 쓴 맛이 나는 재료를 써 달지 않게 만든다.

유럽에서는 바닐라나 초콜릿 등 전통적인 맛을 선호하지만 일본에서는 ‘실험적인’ 맛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젊은 층이 자주 모이는 도쿄의 이케부쿠로에는 ‘아이스크림 시티’라는 테마파크가 있다. 이곳에서 세계 각국의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는데 문어 새우 고래고기 소혀 말고기 닭고기맛 아이스크림 등 별난 아이스크림을 모아 놨다.


아이스크림은 오랜 역사 만큼이나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 왔다. 위 사진들은 이탈리아 아이스크림 젤라토. 이 가운데 커피를 부어 먹는 아이스크림(오른쪽)은 일 크레미노의 ‘카페 아포가토’다. 아래는 르꼬르동블루-숙명아카데미에서 만든 딸기 살구 소르베.

○올해 아이스크림 경향

지난해 아이스크림 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영국 BBC방송은 “아이스크림의 미래는 맛(flavor)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에서는 바나나와 말리부, 레몬과 보드카 등을 섞은 알코올 아이스크림도 인기. 저지방 제품이나 건강 재료를 넣은 것 등 기능성 제품에 대한 수요가 많다. 르꼬르동블루-숙명아카데미의 장 피에르 제스탱 주방장은 “프랑스에서도 요거트나 치즈가 들어간 아이스크림 등 색다른 게 유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도 시즌마다 다양한 재료를 응용한 아이스크림이 나오고 있다. 젤라토 전문점 미오르는 각종 한약재료와 매실 오미자 검정깨 등 건강식재료를 넣은 기능성 아이스크림을 낸다. 하겐다즈는 셔벗과 치즈를 곁들인 ‘하겐다즈 와인셔벗&치즈’와 와플 안에 아이스크림을 넣은 ‘하겐다즈 베리스 그랑와플’을 내놨다. 배스킨라빈스는 요거트 아이스크림과 열대과일 아이스크림을 출시했다.

아이스크림은 냉장고 안쪽에 넣어 보관해야 한다. 문 쪽은 온도차가 심하기 때문에 아이스크림이 잘 녹는다. 한번 녹은 아이스크림은 맛이 변하기 때문에 다시 냉동시켜 먹으면 제맛을 즐길 수 없다. 냄새가 강한 음식과 함께 두면 냄새가 밸 수 있으니 주의한다. 아이스크림이 너무 딱딱하면 전자레인지에 5∼7초가량 돌린 뒤 먹으면 질감이 부드러워진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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