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에 들어와 있는 욕조, 대형 스크린이 있는 호텔은 어디일까요?
“러브 호텔 아닌가”라고 답할 사람이 많겠지만 그렇지 않다.
요즘 서울 시내 특급 호텔이 설치하거나 설치를 서두르고 있는 객실들이다.
이 대열에는 곧 신관 개·보수에 들어가는 소공동 롯데호텔도 참가할 예정.
이 호텔 관계자는 “업계가 깜짝 놀랄 만큼 독특한 구조의 객실이 나올 것”이라며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호텔 객실은 차분한 색상의 침대 책상 탁자 소파 등 기본 가구와 소형 TV가 시설물의 전부였다. 그러나 요즘 새로 짓거나 개·보수한 호텔들은 객실만 봐서는 러브 호텔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차별화된 객실을 내놓고 있다. 같은 호텔 안에서 수십 가지 객실을 갖춰 놓는 곳들도 생겨나고 있다.
○호텔 객실의 개성 시대
3년간 1000억여 원을 들여 최근 개·보수를 완료한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임피리얼 팰리스(옛 아미가 호텔)는 3층을 개조해 스파 전용층을 만들었다. 대형 스파 시설과 건강식단 위주의 식당, 스파 전용품 숍을 따로 두고 있다. 이 층의 객실 12곳은 두 명이 들어가도 충분한 크기의 자쿠지 욕조를 갖추고 있고, 아로마 향까지 뿌려 뒀다. 욕조 앞에는 작은 정원이 조성돼 있어 실내지만 야외 스파 분위기를 냈다.
층마다 복도 색깔을 달리 만들고, 방마다 인테리어 콘셉트와 바닥 장식을 바꿨다. 객실 전체에는 42인치 이상(스위트룸은 63인치)의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을 설치했다. 현재 일부 객실을 개조해 1층에는 거실, 2층에는 침실과 욕실이 있는 복층형 객실을 만들고 있다.
7월 영등포구 영등포동에 들어설 라이프스타일 호텔은 객실 종류만 50가지다. △실내에 매입 욕조를 들여 놓은 방 △침대를 상자 같은 구조물로 감싼 방 △객실 한쪽 벽면 전체 크기의 스크린이 있는 방 △객실을 바다 콘셉트로 꾸민 방 등이다. 객실에 투자하는 대신 식음료업장을 대폭 축소해 숙박비는 10만∼20만 원대로 기존 호텔의 절반 수준.
이 같은 형태의 객실은 한국에서는 광진구 광장동 W호텔이 처음 소개했다. 지난해 문을 연 이곳에는 △흰색과 붉은색으로 꾸민 원더풀룸 △방 안에 스파 욕조가 있는 스파룸 △아로마 테라피가 제공되는 센트룸 △홈시어터와 게임, 음악 등을 즐길 수 있는 미디어룸 등 4종류의 객실이 있다.
○호텔 이미지는 부티크 객실이 좌우
감각적 인테리어 콘셉트의 객실을 둔 이 같은 호텔을 ‘부티크(boutique) 호텔’이라고 부른다. 세계 각국의 체인이 통일된 분위기를 내는 체인 호텔과 달리 지역별 로컬(local) 호텔들이 차별화를 도모하기 위해 도입한 개념이다. 그러나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방콕 오리엔탈 호텔이 최근 신관에 복층형 객실을 신축했을 정도로 요즘엔 대형 호텔들이 부티크 호텔을 추구하고 있다.
왜 그럴까.
우선 고객의 수요가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그저 편안하게 쉬기보다 객실 자체에서 즐거움을 추구하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롯데호텔 이용재(43) 홍보실장은 “객실에서 비즈니스뿐 아니라 휴식을 필요로 하는 고객들이 늘면서 세계적으로도 스파 시설이 있는 욕실이 강조되는 추세”라고 설명한다. 호텔 관계자들은 장기적으로 특화된 객실을 통해 ‘호텔 패키지’ 이용객 등 국내 소비자들도 흡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호텔 입장에서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차별화’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임피리얼 팰리스 조민규(46) 객실본부장은 “지난 10년간 호텔은 배로 늘고 수요가 침체된 상황에서 고객 선택의 폭을 다양하게 하는 특화 전략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호텔의 수익성 차원에서도 객실 투자가 효과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경기대 호텔경영학과 김경환(44) 교수는 “호텔마다 식음료 업장에서 수입이 나지 않자 객실로 승부하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엔 ‘호텔 식당’하면 맛과 질이 담보되던 시대가 있었지만 요즘엔 호텔 밖에 질좋은 식당이 많이 생겨나면서 경쟁력 없는 식음료 업장을 정리하는 호텔이 늘고 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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