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남5녀 서울서 자녀 가장 많이 둔 남상돈-이명미씨 부부

  • 입력 2005년 5월 28일 03시 10분


27일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자택에서 남상돈 씨가 자녀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11명의 자녀를 둔 남 씨 부부는 5월 현재 서울에서 주민등록상 자녀가 가장 많은 부부다. 남 씨의 부인과 큰 자녀들은 사진을 찍으려 하지 않았다. 신원건 기자
27일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자택에서 남상돈 씨가 자녀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11명의 자녀를 둔 남 씨 부부는 5월 현재 서울에서 주민등록상 자녀가 가장 많은 부부다. 남 씨의 부인과 큰 자녀들은 사진을 찍으려 하지 않았다. 신원건 기자
《“왜 11명이나 낳았느냐고요? 특별한 이유는 없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저출산 시대에 유별난 다출산 가정이 있다. 남상돈(40) 이영미(40) 씨는 5월 현재 서울에서 주민등록상 자녀를 가장 많이 둔 부부다. 8월 태어날 아이까지 포함하면 자녀 수는 12명으로 늘어난다. 축구팀(11명)을 만들고도 남는다.》

26일 오후 11시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동서시장 내 ‘전주식당’.

방 3개짜리 가정집이 딸려 있는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들 웃음소리, 울음소리, 떠드는 소리로 시끌벅적했다. 여느 집 같으면 잠잘 준비로 조용할 이 시간이 부부에게는 가장 바쁜 때다.

“식당 정리하고, 어린애들 씻기고, 초등학교 다니는 애들 준비물 챙겨 주다 보면 오전 1시는 훌쩍 넘어가요. 그나마 큰아들과 큰딸이 도와줘 예전보다는 조금 수월해졌어요.”

장남 경한(18) 군과 1월 돌잔치를 한 막내 똘똘이 사이에 보라(17) 지나(14) 진환(12)이가 있고 석우(10) 아래로 휘호 세빈 다윗이 1년 터울로 줄줄이 있다. 이어 세미(5) 소라(4), 아직 이름을 짓지 못한 똘똘이가 있다. 모두 아들 여섯, 딸 다섯. 남 씨 부부는 1987년 22세 때 결혼했다.

“한두 명 키울 때는 교과서처럼 키우려고 해서 힘들었어요. 11명을 낳아서 기르다 보니 애들 교육에 대한 저만의 ‘노하우’도 생겼고 포기할 건 포기하게 되니 오히려 덜 힘듭니다.”

이 씨는 지금껏 아이들에게 “공부하라”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11명의 아이들을 일일이 신경 쓰기란 불가능. 대신 자녀들의 ‘자율성’을 키워 주려고 노력한다.

고된 식당일을 하면서 자신들을 키우는 부모 마음을 알아서인지 11명의 아이들 모두 밝고 건강하게 자랐다. 아이 중 한 명이 발달장애 증세를 보이고 있지만 다행히 점차 호전되고 있다. 부부는 아이가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좋아진 건 전적으로 많은 형제들의 도움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형제가 없거나 한두 명인 가정에서는 발달장애 아이가 쉽게 좋아지지 않아요. 가족 모두 아이에게 한 마디씩만 해도 열두 마디잖아요. 누구와도 말을 하지 않던 아이가 많은 가족과 함께 지내다 보니 서서히 마음을 열게 된 거죠.”

남 씨는 아내를 도와 식당일은 물론 집안일, 아이들 목욕까지 도맡아 하는 자상한 남편. 그는 “가족끼리 나들이 한번 같이 못 갈 때, 아이들이 많다는 이유로 세(貰)를 주지 않으려고 할 때 종종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며 “하지만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와 ‘아빠’라고 부르며 재롱을 떨면 그런 생각은 어느새 사라진다”고 말했다.

27일 남 씨 가족은 특별한 외출을 했다. 서울시에서 자녀 5명 이상인 ‘다둥이 가족’ 36가구를 초청해 가족 이야기를 듣는 행사를 마련한 것. 남 씨는 식당일을 하는 아내와 학교에 다니는 자녀 5명을 빼고 6명의 자녀와 이 자리에 참석했다.

남 씨는 “11명의 아이가 있다고 하면 ‘외계인’ 취급을 받았는데 요즘 같은 저출산 시대에는 외계인이 아닌 애국자가 된 기분”이라며 “앞으로 교육비가 걱정인데 ‘다둥이 가족’에 대해 미래에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더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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