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11시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동서시장 내 ‘전주식당’.
방 3개짜리 가정집이 딸려 있는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들 웃음소리, 울음소리, 떠드는 소리로 시끌벅적했다. 여느 집 같으면 잠잘 준비로 조용할 이 시간이 부부에게는 가장 바쁜 때다.
“식당 정리하고, 어린애들 씻기고, 초등학교 다니는 애들 준비물 챙겨 주다 보면 오전 1시는 훌쩍 넘어가요. 그나마 큰아들과 큰딸이 도와줘 예전보다는 조금 수월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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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 경한(18) 군과 1월 돌잔치를 한 막내 똘똘이 사이에 보라(17) 지나(14) 진환(12)이가 있고 석우(10) 아래로 휘호 세빈 다윗이 1년 터울로 줄줄이 있다. 이어 세미(5) 소라(4), 아직 이름을 짓지 못한 똘똘이가 있다. 모두 아들 여섯, 딸 다섯. 남 씨 부부는 1987년 22세 때 결혼했다.
“한두 명 키울 때는 교과서처럼 키우려고 해서 힘들었어요. 11명을 낳아서 기르다 보니 애들 교육에 대한 저만의 ‘노하우’도 생겼고 포기할 건 포기하게 되니 오히려 덜 힘듭니다.”
이 씨는 지금껏 아이들에게 “공부하라”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11명의 아이들을 일일이 신경 쓰기란 불가능. 대신 자녀들의 ‘자율성’을 키워 주려고 노력한다.
고된 식당일을 하면서 자신들을 키우는 부모 마음을 알아서인지 11명의 아이들 모두 밝고 건강하게 자랐다. 아이 중 한 명이 발달장애 증세를 보이고 있지만 다행히 점차 호전되고 있다. 부부는 아이가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좋아진 건 전적으로 많은 형제들의 도움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형제가 없거나 한두 명인 가정에서는 발달장애 아이가 쉽게 좋아지지 않아요. 가족 모두 아이에게 한 마디씩만 해도 열두 마디잖아요. 누구와도 말을 하지 않던 아이가 많은 가족과 함께 지내다 보니 서서히 마음을 열게 된 거죠.”
남 씨는 아내를 도와 식당일은 물론 집안일, 아이들 목욕까지 도맡아 하는 자상한 남편. 그는 “가족끼리 나들이 한번 같이 못 갈 때, 아이들이 많다는 이유로 세(貰)를 주지 않으려고 할 때 종종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며 “하지만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와 ‘아빠’라고 부르며 재롱을 떨면 그런 생각은 어느새 사라진다”고 말했다.
27일 남 씨 가족은 특별한 외출을 했다. 서울시에서 자녀 5명 이상인 ‘다둥이 가족’ 36가구를 초청해 가족 이야기를 듣는 행사를 마련한 것. 남 씨는 식당일을 하는 아내와 학교에 다니는 자녀 5명을 빼고 6명의 자녀와 이 자리에 참석했다.
남 씨는 “11명의 아이가 있다고 하면 ‘외계인’ 취급을 받았는데 요즘 같은 저출산 시대에는 외계인이 아닌 애국자가 된 기분”이라며 “앞으로 교육비가 걱정인데 ‘다둥이 가족’에 대해 미래에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더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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