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요트의 푸른 꿈… 한강에 띄우다

  • 입력 2005년 6월 3일 05시 28분


한강의 바람을 타고 물살을 가르는 요트. 바람과 물살에 따라 요트의 균형을 잡다보면 몸은 어느 새 자연의 일부가 된다. 사진촬영협조 서울시요트협회
한강의 바람을 타고 물살을 가르는 요트. 바람과 물살에 따라 요트의 균형을 잡다보면 몸은 어느 새 자연의 일부가 된다. 사진촬영협조 서울시요트협회
《눈부신 태양과 에메랄드빛 바다, 부드러운 바람과 아름다운 여인의 미소….

여기에 딱 어울리는 ‘뭔가’가 있다.

바로 하늘을 향해 솟은 마스트(돛대)와 하얀 세일(돛)이 있는,‘잘 빠진’ 요트(Yacht)다.

국내에서 요트 동호인 모임이 500여 개 있을 정도로 대중화되는 데 힘입어 한강에서도 본격적인 요트 시대가 열린다.

4일 문을 여는 ‘서울요트클럽’은 서울 상암동 난지지구 클럽하우스를 중심으로 다양한 ‘세일링(sailing·돛과 바람을 이용한 항해)’을 준비하고 있다.

한강에서 동호인들이 타는 요트의 모습을 간혹 볼 수 있었지만, 이처럼 대규모 요트(24척)와 시설을 갖춘 클럽하우스는 처음이다.

본보 김갑식 전승훈 기자와 가족들이 최근 세일링을 체험했다.》

○ 돛 올린 한강 요트시대-1차 세일링

일행은 지난달 28일 오후 6시 반 클럽하우스에 있는 요트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했다. 유람선이나 모터보트가 아닌, 영화 속 그 요트다. 곧 ‘야’ 하는 감탄사가 나왔다. 요트에는 화장실 가스레인지 오디오도 있었다.

아직 이름을 짓지 않은 이 요트는 길이 26피트(약 8m)의 크루저(Cruiser)로 가격은 7000만 원 수준. 요트는 크게 가까운 바다나 강에서 이용하는 소형 요트 딩기(Dinghy)와 먼 바다 세일링도 가능하도록 선실을 갖춘 크루저로 나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요트 레이스 아메리카컵이나 영화에 나오는 호화 요트는 대부분 크루저다.

요트는 ‘사냥하다’ ‘쫓는다’는 뜻을 지닌 네덜란드어 ‘야겐(Jagen)’에서 나온 말이다. 1661년 영국 찰스 2세와 동생 요크 공이 템스강에서 벌인 경기가 요트 레이스의 시초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1930년 선교사 언더우드가 한강변의 목수를 시켜 요트를 제작하고 황해요트클럽이라는 이름으로 요트를 탔다는 기록이 있다.

요트는 국민소득 2만 달러 이상의 나라에서 대중화된 스포츠다. 한국에서는 1만여 명이 요트를 즐기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대한요트협회). 이날 세일링을 지도한 요트 30년 경력의 최옥만(54·대한항공 기장) 씨는 “은퇴하면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요트로 세계를 일주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서양에서는 가족이나 친구, 애인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요트를 여행 스피드 낭만 우정 사랑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며 ‘생애 마지막 스포츠’라고도 한다.

마침내 요트가 바람을 등에 업고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성산대교, 양화대교를 거쳐 당산철교 부근에 오자 여의도 국회의사당과 63빌딩이 성큼 나타났다.

전 기자의 부인 심영(35·영화 투자제작사 KM컬쳐 이사) 씨는 “요트는 귀족 스포츠로 느껴져 거리감이 있었는데 직접 타보니 그렇지만도 않다”며 “서울에서 이렇게 ‘로맨틱한 바람’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결혼 전 받았던 프러포즈 순간보다 지금이 더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 문(Moon) 세일링-2차 세일링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떠있는 크루저. 옆의 건물은 한강 위에 세워진 클럽하우스다.

달빛을 받으며 진행하는 ‘문 세일링’은 가장 로맨틱한 항해의 하나다. 오후 8시 45분 2차 세일링에 나섰지만 아쉽게도 날씨가 흐린 탓에 달은 보이지 않았다. 바람과 크루저가 살금살금 강을 가르는 소리만 들렸다. 세상이 문득 멈춘 것 같다. 한강 교각과 강 양쪽의 요란한 불빛이 낯설고 멀게만 느껴진다.

2차 세일링에 합류한 표영만(47·회사원) 씨는 “요트에서 바라본 한강이 파리의 센 강만큼 아름답다”고 말했다.

하지만 헤드와 선실을 오가며 호들갑을 떨던 아이들의 입에서는 정작 뜻밖의 말이 나왔다.

“방포하라.”

포를 쏘라고?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2차 세일링 뒤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2년 경력의 김원영(21·세종대 요트부) 씨는 “기술만 익히면 여성도 충분히 요트를 즐길 수 있다”고 밝혔다.

○ 꼭 한 번만이라도-3차 세일링

다음 날 오전 4시 40분. 두 기자만 따로 요트에 올랐다. 월드컵경기장 쪽에서 해가 고개를 삐죽 내밀었다. 시간이 없다. 해가 뜨는 것을 보면서 세일링하기 위해 세일을 접고, 모터를 사용하는 모터링을 선택했다.

밤섬 근처를 지날 무렵 크루저의 오디오에서 가수 강산에의 ‘라구요’가 흘러나왔다.

“두만강 푸른 물에∼죽기 전에 꼭 한 번만이라도 가 봤으면 좋겠구나∼”

정말 이번 여행을 위한 노래다. 즉석에서 ‘노가바(노래 가사 바꿔부르기)’가 절로 나왔다.

“∼타 봤으면 좋겠네.”

이구동성이다.

“새벽 공기와 물 냄새, 해 그리고 요트. 선상 이벤트 사업이라도 생각해볼 만하다. 이 분위기를 거절할 연인들이 있을까.”

○ 요트에서 생긴 일

드디어 선장 역할을 하는 스키퍼 장성암(35) 씨에게서 키를 넘겨받았다.

기자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장롱 면허’ 8년 만에 자동차도 아닌 요트 운전이라니. 왼손으로 키를, 다른 손으로 속도를 조절하는데 요트를 움직이는 것은 생각보다 쉬웠다.

‘허걱’,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부르릉 부르릉, 갑자기 엔진이 신음 소리를 냈다. 기름이 떨어졌다. 기름을 미리 점검하지 못한 탓이다. 오전 7시 15분경 어쩔 수 없이 모터링을 끝내고 바람만을 이용한 세일링을 시작했다.

메인 세일과 앞의 헤드 세일을 설치했는데 정작 바람이 없다. KTX에서 완행열차로 바꿔 탄 느낌이다.

요트는 바람의 스포츠다. 순풍을 받으면 15노트(시속 27km) 이상으로 나아갈 수 있지만 앞바람을 맞으면 40∼45도로 지그재그로 진행해야 한다. 바다에서의 세일링 요령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단, 파도와 바람이 세기 때문에 요트의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킬(keel)이 있는 크루저를 타야 하고 몸을 배에 묶어두는 등 안전장치를 확실히 해야 한다.

다시 바람을 찾아 나섰다. 어느 순간 바람을 제대로 찾았는지 돛이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다.

“야, 기름 떨어진 덕에 세일링을 진짜 하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다시 바람이 사라졌다. 햇볕이 따갑다. 바람을 기다리다 못해 선실에서 노를 꺼냈다. 약한 바람을 타면서 젖 먹던 힘까지 보태 노를 저었지만 목표물은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는다. 기름이 떨어진 뒤 4km를 오는 데 무려 1시간 반이 걸렸다.

클럽하우스에 파김치가 된 몸을 내려놓는데 제법 센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정말 야속한 바람이다. 몸은 피곤하지만 머릿속에는 서해 영종도 앞 무인도로 세일링하는 야무진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 한강을 품안에 서울요트클럽

서울요트클럽은 올해 말까지 크루저 6척, 파워보트 4척, 딩기 20척 등 모두 30척의 요트를 더 도입할 예정이다.

이 곳은 ‘골프장의 클럽하우스’를 표방하면서 12억 원을 투입해 레스토랑 샤워실을 갖춘 2층 수상 구조물을 세웠다.

요트 경력 33년의 하영호(53·건축사) 클럽 회장은 “클럽하우스가 요트의 품위를 살리고 요트 저변 확대에 기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파워 보트는 다양한 ‘선상 비즈니스’에 적합하다.

여의도에서 클럽하우스까지 왕복하면서 단체 모임을 위한 선상 파티를 비롯해 식사와 음료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접대도 가능하다. 매월 1회씩 클럽하우스를 출발해 인천시 영종도에서 해상으로 약 45km 떨어진 무인도까지 세일링 투어도 실시한다.

크루저 임대비는 3만6000∼24만 원 수준.

딩기의 경우 회원은 무료, 비회원은 6만 원이다.

3주 강습비와 3년간 주차비 등이 포함된 가입비와 연회비가 각각 200만 원이다. 회원은 85% 할인된 요금이 적용된다.

홈페이지는 www.seoulyacht.net, 문의전화 02-302-0953

이곳 외에도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 요트경기장, 경남 통영시 충무마리나 등에서도 요트 강습을 하고 있다.

대한요트협회 홈페이지(www.ksaf.org)에 전국 주요 요트경기장과 관련된 정보가 안내돼 있다.

글=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사진=강병기 기자 arch@donga.com

▼야호! 웨이크보드-제트스키…한강서 수상스포츠 즐기세요▼

여름 한강은 수상스포츠의 메카다.

수상스포츠의 ‘꽃’으로 불리는 수상스키 외에 카이트 서핑, 파워보트 등 이색적인 스포츠도 인기를 얻고 있다. 수상스키 전 국가대표팀 코치 박동진(36·서울시수상스키협회) 씨의 조언을 받아 한강에서 즐길 수 있는 여름 스포츠를 소개한다. 한강에는 ‘뚝섬 지구’를 비롯 반포, 상암 등 100여 곳에서 강습을 받을 수 있다.

○ 수상스키=초보자도 하루 정도 강습을 받으면 즐길 수 있다. 10분이면 4∼5km를 빠르게 조깅하는 효과가 있을 정도로 에너지 소모량도 많다. 어린이를 위한 짧은 스키와 물 위에서 쉽게 방향을 바꾸며 묘기를 부리는 회전용 스키도 있다. 중급자의 경우 빠른 스피드와 회전을 즐길 수 있는 ‘원스키’에 도전해 볼 만하다.

○ 웨이크보드=수상스키처럼 보트에 로프를 건 뒤 보트가 만들어 내는 흔적(wake)를 타는 스포츠. 보트의 동력을 이용해 물 위를 달리는 점은 수상스키와 닮았고, 보드의 모양이나 기술은 스노보드와 흡사하다. 요즘 젊은 층은 수상스키보다 웨이크보드를 선호한다. 스노보드를 잘 타면 운동에 필요한 근육들이 비슷해 쉽게 배운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수상스키 국가대표 이지윤(22) 씨가 서울 뚝섬 성수대교 부근에서 물보라를 일으키며 수상스키 시범을 보이고 있다.

○ 카이트 서핑(kite surfing)=바람만 불면 파도가 없어도 서핑을 할 수 있는 수상 스포츠. 패러글라이딩 기구와 비슷한 대형 연을 공중에 띄우고, 서핑 보드와 연결해 물 위를 달릴 수 있도록 돼 있다. 서핑과 패러글라이딩의 두 요소를 익혀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지만 장비가 가볍고 간편하다.

○ 파워보트=서핑 보드에 모터보트 엔진을 결합시킨 것. 지난해 ‘F1 파워보트’ 대회가 미사리 조정경기장에서 개최된 바 있다. 출발 후 3.5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고, 최고 시속 250km까지도 가능하다.

○ 제트스키=육상의 오토바이를 물에서 탈 수 있도록 개량한 것. 조작이 쉬워 초보자도 5∼10분만 연습하면 탈 수 있다. 몸체가 작아 다양한 테크닉을 구사할 수 있다. 급정거와 회전, 최고 1m 깊이까지 순간 잠수도 가능하다. 보드에 동력을 단 제트보드도 등장했다.

○ 플라잉 피시(flying fish)=모터 보트에 가오리 모양으로 생긴 넓적한 고무 보트를 연결한 것. 물 위를 시속 50∼70km로 달려 생각보다 속도감이 뛰어나다. 바나나보트와 달리 물에 빠지지도 않고, 공중으로 떠오르는 쾌감도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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