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 함께 하는 DIY]김소미씨 조카를 위한 ‘기러기보’

  • 입력 2005년 6월 3일 05시 28분


독자 김소미 씨(왼쪽)와 ‘미루공방’의 이정혜 씨가 보자기에 끈을 달고 있다. 강병기 기자
독자 김소미 씨(왼쪽)와 ‘미루공방’의 이정혜 씨가 보자기에 끈을 달고 있다. 강병기 기자
《이번 주에는 주부 김소미(38) 씨가 전통규방공예품 만들기에 나섰다.

전통규방공예는 보자기 바느질 도구 한복 장신구 등 옛 여성들이 사용했던 물건을 가리킨다. 김 씨의 조카는 미국에서 올해 가을 결혼을 앞두고 있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부모의 나라인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어도 잘 구사하는 조카는 하버드대 의대를 나온 대만 의사와 결혼할 예정.

김 씨는 “외국인인 조카의 남편과 한국을 사랑하는 조카에게 한국적인 멋을 자랑하고 싶다”며 DIY 참가를 신청했다. 마포구 성산동의 전통규방공예점 ‘미루공방’(02-6497-0559)의 공예작가 이정혜 씨는 그에게 ‘기러기보’를 권했다. 한국 전통 혼례에서는 신랑이 혼례의 첫 의식으로 신부집에 나무로 깎은 기러기를 전했다. 기러기는 수컷과 암컷의 금실이 좋은 동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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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물▽

숙고사(견직의 한 종류), 가위, 실, 바늘, 자, 자수가 놓인 천, 자수의 뒷면에 붙일 무지 천.

○ 마름질

앞판과 뒤판은 가로 세로 38cm, 자수가 놓인 천은 가로 세로 9cm로 마름질한다. 자수 놓인 천은 공예점이나 남대문 동대문시장에서 살 수 있다. 끈은 길이 50cm, 폭 9cm로 자른다. 혼례용이라 천은 주로 붉은 색이나 푸른색 계열로 고른다. 이 씨는 앞판은 분홍색, 뒷판 흰색에 끈은 감색을 준비해 놓았다. 시접분을 고려한 치수이기 때문에 완성품은 가로 세로 36cm가 된다.

규방공예에 쓰이는 바느질은 그 종류만 9가지. 서양의 퀼트는 바늘땀이 겉으로 보이지 않지만 규방공예는 보이기 때문에 바느질 솜씨가 중요하다. 100% 손바느질로 만들어 정성이 많이 들어간다.

○ 끈 만들기

끈은 길게 반으로 접어 시접분을 1cm 남기고 곱게 홈질(위아래로 드문드문 성기게 꿰매는 바느질법)한다. 이 씨는 “바늘땀은 2mm가 넘지 않게 하고 실 색상은 끈의 색상과 비슷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홈질이 끝나면 한쪽 끝이 뾰족하게 삼각형 모양(삭모장식)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끈을 반으로 갈라 접은 뒤 한쪽 끝에서 1cm 되는 부분을 홈질해 삼각형 모양으로 접고 솔기를 펼쳐 다려준다. 그 다음 삭모장식 부분을 안으로 넣어 끈을 뒤집어 준다.

이 씨는 “결혼 전에 혼례 특강을 들어 기러기보나 예단보 폐백보 등을 손수 만들어 가는 여성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 자수 장식

자수는 같은 크기의 뒷면과 마주 대고 ‘세 땀 상침질’ 해서 붙여준다. 세 땀 상침질은 규방공예에 많이 쓰이는 바느질법인데 세 땀을 반박음질(한 땀 뜨고 그 2분의 1만 되돌아 뜨는 것)한 뒤 네 번째는 세 땀의 길이만큼 간격을 두고 다시 세 땀을 반박음질하는 방법. 세 땀을 합친 길이와 다음 땀까지의 간격이 0.5∼0.6mm가 되게 한다.

이 씨는 “한국규방공예는 일본에서 인기가 높은데 일본인들은 정교하고 예쁜 세 땀 상침질에 감탄을 자아낸다”고 말했다. 홈질과 감침질(홑겹의 옷감을 올이 풀리지 않도록 두 번 접어 용수철이 감긴 모양으로 꿰매거나 두 겹의 옷감 가장자리를 맞대고 감아 꿰매는 법)에는 가느다란 실을 쓰고 세 땀 상침질을 할 때는 그보다 조금 굵은 실로 바느질해야 예쁘다.

○ 보자기 만들기

보자기는 앞뒷면 중 한 장에만 1cm 폭으로 시접선을 그리고 겉과 겉을 맞댄 뒤 곱게 홈질한다. 독자 김 씨의 바느질 솜씨는 수준급이었다. 김 씨는 “학교 때 가정 시간에 한복을 만들었는데 선생님께서 샘플로 가져가셨다”며 웃었다.

나중에 뒤집어야 하기 때문에 한쪽 모서리에 4.3cm 길이의 ‘ㄱ’ 자 창구멍을 남겨둔다. 바느질이 끝나면 가장자리를 곱게 정리한 뒤 창구멍으로 보자기를 뒤집는다. 그냥 뒤집으면 모서리 부분이 뾰족하게 나오지 않기 때문에 송곳 등으로 모서리를 먼저 빼준 뒤에 뒤집는다.

완성된 기러기보. 강병기 기자

○ 끈과 자수 장식 달기

보자기의 창구멍 안으로 만들어 놓은 끈을 3cm 정도 넣는다. 이때 모서리의 중앙에 끈의 중간이 정확히 일치해야 한다. 앞뒤로 공그르기(땀이 겉으로 나오지 않게 속으로 떠서 꿰매는 바느질법)를 해 창구멍을 막으면서 동시에 보자기와 끈을 붙여준다.

앞면에 자수 장식을 올려놓고 끈이 통과할 부분을 제외하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 자수 장식과 보자기를 같이 감침질한다. 감침질을 할 때는 가장 가느다란 바늘을 이용한다.

기러기보는 예단을 보낼 때 사용하는 예단보로 사용해도 되고 결혼식 이후에는 패물을 넣어두어도 좋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독자 DIY 제작과정은 인터넷 동아닷컴(www.donga.com/life/weekend)에서 동영상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다음 ‘독자 DIY’에서는 도자기 인테리어 소품 만들기를 소개합니다. 도예를 이용해 액자나 어항 장식용 타일 등을 만들어 보고 싶은 분은 위크엔드(weekend@donga.com)로 참가를 원하는 사연과 연락처를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참가비는 무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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