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규방공예는 보자기 바느질 도구 한복 장신구 등 옛 여성들이 사용했던 물건을 가리킨다. 김 씨의 조카는 미국에서 올해 가을 결혼을 앞두고 있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부모의 나라인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어도 잘 구사하는 조카는 하버드대 의대를 나온 대만 의사와 결혼할 예정.
김 씨는 “외국인인 조카의 남편과 한국을 사랑하는 조카에게 한국적인 멋을 자랑하고 싶다”며 DIY 참가를 신청했다. 마포구 성산동의 전통규방공예점 ‘미루공방’(02-6497-0559)의 공예작가 이정혜 씨는 그에게 ‘기러기보’를 권했다. 한국 전통 혼례에서는 신랑이 혼례의 첫 의식으로 신부집에 나무로 깎은 기러기를 전했다. 기러기는 수컷과 암컷의 금실이 좋은 동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준비물▽
숙고사(견직의 한 종류), 가위, 실, 바늘, 자, 자수가 놓인 천, 자수의 뒷면에 붙일 무지 천.
○ 마름질
앞판과 뒤판은 가로 세로 38cm, 자수가 놓인 천은 가로 세로 9cm로 마름질한다. 자수 놓인 천은 공예점이나 남대문 동대문시장에서 살 수 있다. 끈은 길이 50cm, 폭 9cm로 자른다. 혼례용이라 천은 주로 붉은 색이나 푸른색 계열로 고른다. 이 씨는 앞판은 분홍색, 뒷판 흰색에 끈은 감색을 준비해 놓았다. 시접분을 고려한 치수이기 때문에 완성품은 가로 세로 36cm가 된다.
규방공예에 쓰이는 바느질은 그 종류만 9가지. 서양의 퀼트는 바늘땀이 겉으로 보이지 않지만 규방공예는 보이기 때문에 바느질 솜씨가 중요하다. 100% 손바느질로 만들어 정성이 많이 들어간다.
○ 끈 만들기
끈은 길게 반으로 접어 시접분을 1cm 남기고 곱게 홈질(위아래로 드문드문 성기게 꿰매는 바느질법)한다. 이 씨는 “바늘땀은 2mm가 넘지 않게 하고 실 색상은 끈의 색상과 비슷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홈질이 끝나면 한쪽 끝이 뾰족하게 삼각형 모양(삭모장식)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끈을 반으로 갈라 접은 뒤 한쪽 끝에서 1cm 되는 부분을 홈질해 삼각형 모양으로 접고 솔기를 펼쳐 다려준다. 그 다음 삭모장식 부분을 안으로 넣어 끈을 뒤집어 준다.
이 씨는 “결혼 전에 혼례 특강을 들어 기러기보나 예단보 폐백보 등을 손수 만들어 가는 여성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 자수 장식
자수는 같은 크기의 뒷면과 마주 대고 ‘세 땀 상침질’ 해서 붙여준다. 세 땀 상침질은 규방공예에 많이 쓰이는 바느질법인데 세 땀을 반박음질(한 땀 뜨고 그 2분의 1만 되돌아 뜨는 것)한 뒤 네 번째는 세 땀의 길이만큼 간격을 두고 다시 세 땀을 반박음질하는 방법. 세 땀을 합친 길이와 다음 땀까지의 간격이 0.5∼0.6mm가 되게 한다.
이 씨는 “한국규방공예는 일본에서 인기가 높은데 일본인들은 정교하고 예쁜 세 땀 상침질에 감탄을 자아낸다”고 말했다. 홈질과 감침질(홑겹의 옷감을 올이 풀리지 않도록 두 번 접어 용수철이 감긴 모양으로 꿰매거나 두 겹의 옷감 가장자리를 맞대고 감아 꿰매는 법)에는 가느다란 실을 쓰고 세 땀 상침질을 할 때는 그보다 조금 굵은 실로 바느질해야 예쁘다.
○ 보자기 만들기
보자기는 앞뒷면 중 한 장에만 1cm 폭으로 시접선을 그리고 겉과 겉을 맞댄 뒤 곱게 홈질한다. 독자 김 씨의 바느질 솜씨는 수준급이었다. 김 씨는 “학교 때 가정 시간에 한복을 만들었는데 선생님께서 샘플로 가져가셨다”며 웃었다.
나중에 뒤집어야 하기 때문에 한쪽 모서리에 4.3cm 길이의 ‘ㄱ’ 자 창구멍을 남겨둔다. 바느질이 끝나면 가장자리를 곱게 정리한 뒤 창구멍으로 보자기를 뒤집는다. 그냥 뒤집으면 모서리 부분이 뾰족하게 나오지 않기 때문에 송곳 등으로 모서리를 먼저 빼준 뒤에 뒤집는다.
○ 끈과 자수 장식 달기
보자기의 창구멍 안으로 만들어 놓은 끈을 3cm 정도 넣는다. 이때 모서리의 중앙에 끈의 중간이 정확히 일치해야 한다. 앞뒤로 공그르기(땀이 겉으로 나오지 않게 속으로 떠서 꿰매는 바느질법)를 해 창구멍을 막으면서 동시에 보자기와 끈을 붙여준다.
앞면에 자수 장식을 올려놓고 끈이 통과할 부분을 제외하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 자수 장식과 보자기를 같이 감침질한다. 감침질을 할 때는 가장 가느다란 바늘을 이용한다.
기러기보는 예단을 보낼 때 사용하는 예단보로 사용해도 되고 결혼식 이후에는 패물을 넣어두어도 좋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독자 DIY 제작과정은 인터넷 동아닷컴(www.donga.com/life/weekend)에서 동영상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다음 ‘독자 DIY’에서는 도자기 인테리어 소품 만들기를 소개합니다. 도예를 이용해 액자나 어항 장식용 타일 등을 만들어 보고 싶은 분은 위크엔드(weekend@donga.com)로 참가를 원하는 사연과 연락처를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참가비는 무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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