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얼굴조차 보기 힘들었던 개인투자자를 모처럼 만난 친구가 잡담을 하다 물었다.
“자네는 발자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 투자자는 정색을 하고 답했다.
“난 그런 이상한 이름의 소외 주식은 절대 거래 안해.”
참고로 발자크는 프랑스 소설가 이름이다.
이 투자자가 1900년대 초반 미국 증시를 평정한 전설적 트레이더 ‘제시 리버모어’다.
‘월스트리트의 주식투자 바이블-어느 주식투자자의 회상(Reminiscences of stock operator)’은 작가 에드윈 르페브르가 평생 주식밖에 모르고 살았던 투자의 거장 리버모어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1923년 출판한 책이다.
‘래리 리빙스톤’이라는 이름으로 책에 등장하는 리버모어는 삶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인물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15세에 단돈 5달러로 주식투자를 시작했고 1929년 대공황 시기에는 지금 돈으로 20억 달러(약 2조 원)쯤 되는 1억 달러를 벌기도 했다.
이 책에는 고수의 생생한 경험을 느낄 수 있는 투자의 금언들이 실려 있다. 작전세력의 행태, 속임수, 욕심, 투기의 처참한 결과 등 나약한 인간 심리가 낳은 투자의 비화들도 재미있게 전개된다.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게 흠이지만, ‘거장’의 경험을 책으로 접할 수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또 책 제목처럼 ‘주식투자 바이블’까지는 아니어도 이 책이 수십 년 동안 수많은 투자자로부터 ‘투자의 고전’으로 사랑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리버모어의 ‘시세를 추종하는 투자방식’이 투자의 정답이라는 환상을 가져서는 곤란하다. 리버모어는 이 책이 출판된 지 8년 뒤인 1931년 큰 손실을 입었고 더 이상 주식투자로 성공하지 못했다. 이후 자신의 투자기법을 책으로 출판했는데 월가에서는 “이미 녹슨 투자 전략을 책으로 팔아먹는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1940년 11월 리버모어는 한 호텔 바에서 칵테일 두 잔을 마신 뒤 머리에 총을 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가 아내에게 남긴 것은 편지 한 통과 1만 달러가 채 안 되는 부동산뿐이었다고 한다.
이 책의 주제는 거장 리버모어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투자에 임하는 진지한 자세이다. ‘주식투자로 떼돈 버는 법’은 소개돼 있지 않으며, 사실 그런 비법은 세상 어느 책에도 나와 있지 않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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