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경욱(34) 씨의 작품집. 그는 1993년 데뷔한 이래 영화 요소들을 줄곧 가져와 이미지로 써 왔다.
지난해 한국일보 문학상을 수상한 단편 ‘장국영이 죽었다고?’는 홍콩 배우 장궈룽(張國榮)의 자살 소식을 들은 인터넷 상의 두 남녀가 묘한 유대감을 갖게 되는 이야기다. 남자는 신용불량자로 회사에서 밀려나 이혼녀와 인터넷에서 접속하는데 둘은 같은 날 장궈룽의 영화를 봤고, 같은 날 결혼했고, 같은 곳으로 신혼여행을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프랑스 영화와 같은 제목의 단편 ‘타인의 취향’은 아내가 사라지고, 정부(情婦)로 만들고 싶었던 여인들도 차례로 떠나가는 걸 지켜보는 한 일본어 학원 강사의 심리를 그렸다. 일본 작가 다자이 오사무가 정부와 동반자살한 과거가 이 남자의 기억에 각인돼 있다.
문학평론가 우찬제 씨는 이 작품집에 대해 이렇게 썼다. “접속 시대를 살아가는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마음이 가난한 사람에 의한, 중심 없이 가난하고 서늘한 글”이라고.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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