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에 출간된 ‘황금가지(The Golden Bough)’는 자타가 공인하는 인류학 분야의 고전이다. 인류의 종교와 신화에 대한 방대한 자료와 연구 성과를 담아 후대 인류학 종교학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프레이저는 1915년 모두 12권을 완간했고 이어 1922년엔 이것을 한 권으로 축약해 내놓았다. 이 책은 이 축약본의 국내 첫 완역본이다.
이 책은 동서양의 각종 신앙과 신화, 성생활, 제의와 축제 등에 관한 풍부한 내용이 우선 압권이다.
풍성한 자료를 바탕으로 프레이저는 원시시대 인류의 생활이 마술 금기 미신과 복합적으로 연결된 불가분의 관계였음을 확인하고, 나아가 여기서 어떻게 인류가 문명 단계로 발전해 나갔는지를 고찰했다. 그것은 인류 정신사 연구나 다름없었다.
프레이저는 또 주술을 종교에서 분리해 연구했고 왕권의 기원을 주술사에서 찾기도 했다.
‘황금가지’에서 드러난 프레이저 견해의 핵심은 △여러 문화권이라고 해도 인간의 기본 정신은 서로 유사하다는 점 △모든 사회는 주술단계→종교단계→과학단계 순의 동일한 발전 단계를 거치며 진화한다는 점 등이다.
그러나 프레이저의 그 같은 시각은 그 후 적지 않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객관적이고 정교한 기준 없이 여러 지역의 주술이나 제의 신앙을 비슷하게 바라봄으로써 각각의 차이를 무시해 버렸다는 비판이었다. 즉 일반화의 오류에 빠졌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공헌은 지대하다. 신화 제의 등을 본격적으로 연구하는 계기가 됐고 유럽 중심의 기독교주의를 반성하는 기회도 됐다.
풍성한 신화 종교 이야기는 시인 소설가들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제공하기도 했다. 영국의 시인 T S 엘리엇은 “나의 ‘황무지’는 프레이저의 ‘황금가지’를 시로 옮긴 것에 불과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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