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을 넘기다 보면, 아마도 저자는 아이를 길러 본 엄마이거나 혹은 손자가 있는 할머니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니라면, 최소한 직업상 어린아이들을 많이 접해 본 사람임이 틀림없다고…. 그만큼 이 책은 꼼꼼하고 아이에 대한 이해와 따뜻한 배려가 돋보인다.
이 책에는 미술 교양서들이 흔히 다루는 미술사의 흐름이라든가 스타일의 변천사, 혹은 작품에 대한 세세한 지식 정보는 없다.
그저 아이를 데리고 미술관에 갔을 때 무엇을, 어떻게 보여주고 설명해 줄지, 또 아이들이 그림을 보면서 해댐직한 엉뚱한 질문들에 어떻게 답하면 좋을지를 쉬운 입말을 사용해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그래서 오히려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또래의 아이를 둔 엄마에게 더 유용한 책이다.
1부에서는 아이의 미술교육을 어떻게 시작할지를 설명해 준다. 2부 ‘엄마가 들려주는 명화이야기’에서는 아이의 연령을 세분화(5∼7세, 8∼10세, 11∼13세)해 명화 30점에 대한 질문과 설명을 문답식으로 엮었다.
예를 들어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본 아이들의 질문은 연령별로 이렇게 다르지 않을까?
“저 여자는 왜 옷을 벗고 있어?”(5∼7세), “그림 속의 저 꽃은 무슨 꽃이야?”(8∼10세), “물결 모양이 왜 실제와 다르게 그려져 있지?”(11∼13세)
엄마들이 귀담아 듣고 실천에 옮길 만한 충고도 가득하다.
미술관이 멀면 차라리 가지 말 것, 몸을 낮춰 아이의 눈높이에서 그림을 감상할 것, 미술관의 모든 그림을 다 보여 주려고 욕심 내지 말 것, 아이가 좋아하는 작품이라면 몇 번씩이라도 다시 돌아가서 볼 것, 관람 후 아이에게 그림엽서를 사줄 것….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게 아닐까. 아이가 그림을 보고 생각을 말할 때까지 기다려 주고, 엄마가 먼저 그림을 칭찬하거나 감탄하지 말 것! 아이 스스로 발견하고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것이니까.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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