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0월 이들의 베스트 앨범이 발매된 후 멤버 불화설과 그룹 해체설 등 5명의 사내들을 둘러 싼 소문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왔다. 2002년 그룹의 막내 닉 카터의 솔로 앨범 발매나 A J 매클린의 알코올 중독 등은 ‘백스트리트 보이스 죽이기’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그러나 갖은 악재(惡材)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14일(국내 발매는 13일) 네 번째 정규 앨범 ‘네버 곤(Never Gone)’을 내놓는다. 그들은 어디로도 사라지지 않았다.
○ 어디로도 사라지지 않았어요
“그동안 좀 더 어른스러워지고 각자의 생활에 충실하기 위해 휴식 기간을 가졌을 뿐인데 다들 우리가 죽은 것처럼 얘기하더군요. 이번 앨범 제목 ‘네버 곤’은 우리를 기다려준 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입니다.”(케빈 리처드슨)
5년 만의 정규 앨범 재킷에 모습을 드러낸 ‘백스트리트 보이스’ 멤버들은 힙합 청바지 대신 검은색 슈트에 구두 차림이다. 새 앨범 ‘네버 곤’에는 성인이 된 그들의 ‘남성미’가 담겼다.
“이젠 멤버들 나이도 20대 중반에서 30대인데 1995년 데뷔 때처럼 마냥 10대 그룹으로 활동하기는 무리죠. 우리의 시작이 아이돌 팝 그룹이었어도 지금은 분명 ‘어른 음악’을 하는 그룹이라 생각합니다.”(하위 도로)
이들의 새 음반은 성인풍의 음악이 주류를 이룬다. 첫 싱글 ‘인컴플리트’는 피아노 연주와 웅장한 현악이 만난 슬픈 발라드 곡. 두 번째 싱글로 내정된 ‘시베리아’는 그들의 전성기를 함께한 프로듀서 맥스 마틴이 작곡해 준 발라드 곡이다. 또 팝과 록의 경계에 놓인 듯한 ‘아이 스틸’이나 ‘크롤링 백 투 유’ 등은 이들의 확실한 ‘성인식’을 증명해 주는 곡이다. 그러나 다듬어지지 않은 듯 거친 멤버들의 목소리와 기타 사운드는 데뷔 초 말랑말랑하고 달콤했던 이들의 음악에 길들여진 골수팬들에게는 외면당하기 딱 좋은 곡들이다. 대중성에 편승하느냐, 진화하느냐 기로에서 이들은 후자를 택한 것이다.
“새 앨범이 빌보드 차트로부터 외면당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언제까지 아이돌 그룹으로 남을 수는 없잖아요.”(브라이언 리트렐)
○ 오직 음악으로 평가받고 싶어요
1997년 발매한 미국 공식 데뷔 앨범 ‘백스트리트 보이스’로 1000만 장의 음반 판매 기록, 1999년 2집 ‘밀레니엄’으로 또 한 번 1000만 장 돌파, 2000년 3집 ‘블랙 앤드 블루’로 800만 장 기록…. 아이돌 그룹이라는 부정적인 멍에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승승장구를 막을 길은 없었다.
“때로는 우리를 아이돌 그룹으로 치부해버려 불공평하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10대 때 데뷔해 그런 비난을 받았을지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험한 음악계에서 음악적인 노력 없이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사실이죠.”(A J 매클린)
아이돌 그룹으로 시작해 ‘아이돌’ 딱지를 떼려는 이들에게 어찌 보면 이번 음반은 그룹의 존폐와도 직결된 중요한 갈림길일지 모른다.
“이번 앨범을 만들며 특히 두려웠던 것은 현재 유행하는 음악이나 기존의 음악 이상의 충격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음반 작업을 하면서 다들 성공에 대한 집착이 조금씩 없어지더라고요. 지금은 그저 ‘진정으로 음악을 할 줄 아는 그룹 백스트리트 보이스’라는 평가만 받으면 됩니다. 저희 많이 겸손해졌나요? (huh huh).”(닉 카터)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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