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년에 근대 건축양식의 2층 건물로 세워진 경교장은 현재 서울 종로구 평동 강북삼성병원 본관 앞에 붙어 있다. 백범은 1945년 11월 중국에서 환국해 1949년 서거하기까지 3년 7개월여간 경교장을 집무실 겸 숙소로 사용했다.
이 건물은 백범 암살사건 후 미군 사무실, 주한 대만대사관저 등으로 사용되다 1967년 고려병원(현 강북삼성병원)이 구입했다.
7일 수술준비실 및 약국 등으로 사용되고 있는 이 건물 2층으로 올라가자 사건 당시 집무실 모습을 그대로 되살리기 위한 복원 공사가 한창이다.
건물 외관은 보존돼 있지만 내부는 일부 개조돼 백범이 쓰러진 2층 집무실은 의사 휴게실로 사용돼 왔다. 그러다 2001년에 서울시가 유형문화재 129호로 지정했고, 강북삼성병원이 최근 복원에 나선 것.
병원 측은 지난해 말 일본에서 설계도면을 찾아내 4월부터 복원 공사에 들어갔다. 24평짜리 집무실은 중앙에 거실 침실 벽장 등이 있고 복도에 둘러싸여 있는 구조. 거실엔 백범의 책상과 탁자가 놓여 있었다.
병원 측은 집무실 모습을 재현하고 백범 흉상, 경교장 모형, 각종 패널을 전시해 ‘백범 기념실’로 이름 붙일 계획이다. 이르면 24일 완공식을 갖고 백범 서거일인 26일부터 일반에 무료로 개방할 예정.
이번 복원에서 가장 까다로웠던 작업은 유리창의 총탄 구멍 복원. 거실로 침입한 암살범 안두희는 창 앞 책상에 앉아 붓글씨를 쓰고 있던 백범을 향해 총을 쏘았고 그중 2발이 창을 관통했다. 당시 상황을 증언해 주는 자료는 암살 직후 집무실 안에서 창밖의 모습을 찍은 흑백사진. 총탄이 지나간 2개의 구멍과 그 너머로 통곡하는 군중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안두희가 거실까지 침입한 동선은 표시하지 않고 총격을 가하던 위치에 발자국만 표시해 놓기로 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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