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순이 신드롬’은 ‘김삼순’ 역을 맡은 배우 김선아(30)의 신들린 연기 때문. 그녀가 몸무게 6kg을 찌우며 만든 ‘김삼순’은 뚱뚱하고 못생겼지만 하고 싶은 것은 당당히 실천하는 서른 살 노처녀다. 20, 30대 여성 시청자들은 극 중 삼순이의 변화무쌍한 표정연기를 보며 ‘내 이야기다’, ‘속이 다 시원하다’며 통쾌함을 느낀다.
7일 김선아를 만나 삼순이로 대변되는 한국 30대 미혼녀 이야기로 수다를 떨었다. 그녀는 “나 역시 소심하고 혼자 속으로 고민하는 편이어서 하고 싶은 말 다하는 삼순이가 부럽다”며 “연기를 하다보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말했다. 어떤 부분이 여성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는지, 현실과 드라마의 간극은 무엇인지, 극중 김삼순의 표정과 배우가 아닌 서른 살 한국여성 김선아의 속내를 비교하며 들어봤다.
#상황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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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이브, 딴 여자를 만나다 들킨 애인이 삼순에게 절교를 선언하는 장면. 삼순은 머릿속으로 애인 살해를 상상하면서도 남자 앞에서 ‘날 사랑하긴 한거니’라며 ○1최대한 순정만화 주인공 같은 청초한 표정으로 울음을 터뜨린다.
김선아는 “실제로는 남자를 단지 한대 때려주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드라마 애청자인 정현진(28·여·서울 용산구 남영동) 씨는 “현실에서 성인 여성들은 극한의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며 ○2냉정히 뺨 한대 때리거나 ○3서러워도 참다가 집으로 돌아와 원망과 분노, 슬픔과 피곤 등 다양한 감정을 속으로 삭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상황2
실연의 아픔을 잊기 위해 삼순은 맞선을 본다. 남자가 마음에 들자 ○4손으로 입을 가리고 수줍게 웃는다. 결혼 적령기 여성들은 이 장면을 보며 요절복통하지만 한편으론 맞선 자리에 나간 자신이 좋은 사람을 만나 내숭떠는 모습을 상상한다는 것.
그러나 결혼정보회사 ‘선우’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성인남녀가 맞선에서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날 확률은 8분의 1에 불과하다. 대체로 ○5묵묵히 밥 먹고 빨리 맞선 자리를 파할 확률이 높다. 김선아는 상대가 싫으면 ○6확실히 싫은 표정을 짓는 성격이 좋다고 말했다.
“저는 매몰차지 못해 싫은 티를 잘 못내는 편이라서 삼순이가 부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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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3
맞선이 어긋나 버린 삼순. 화가 난 그녀는 ○7혼자 소주를 마시거나 ○8노래방에 가서 미친 듯이 춤을 춘다. 여성 시청자들은 확실하게 스트레스를 푸는 삼순의 모습에 시원함을 느꼈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김선아는 마음에 드는 남자에게 차였을 경우 “혼자 노래방에 가거나 술을 마시지는 않는다”며 “○9집에서 뒹굴며 ‘내가 매력이 없나’, ‘문제가 있나’ 생각만 많이 한다”고 말했다.
김선아는 삼순이를 통한 대리만족의 핵심은 순수성에 있다고 주장했다.
“현실이 어떻든 마음만으로는 진짜 순수한 사랑을 하고 싶은 여자들의 꿈, 그게 가장 큰 공감을 얻는 거죠.”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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