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토니상 수상 뮤지컬서 입양아 출신 크레익씨 열연

  • 입력 2005년 6월 10일 03시 07분


올해 토니상 2개를 차지한 신작 뮤지컬 ‘제25회 풋남 카운티 스펠링 비’에서 열연하고 있는 한국인 입양아 출신의 데보라 크레익 씨. 그는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미국으로 입양됐다. 사진 제공 한국일보 미주본사
올해 토니상 2개를 차지한 신작 뮤지컬 ‘제25회 풋남 카운티 스펠링 비’에서 열연하고 있는 한국인 입양아 출신의 데보라 크레익 씨. 그는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미국으로 입양됐다. 사진 제공 한국일보 미주본사
“이번 작품 덕분에 한국에 내 이야기가 알려져 나를 낳아준 부모님을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1974년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계 뮤지컬 여배우 데보라 크레익(31) 씨는 자신이 출연한 뮤지컬 ‘제25회 풋남 카운티 스펠링 비’가 5일 토니상 2개를 거머쥔 뒤 이같이 말했다.

그의 한국이름은 우연정. 두 살 위의 오빠(우관수)와 함께 홀트아동복지재단을 통해 미국 플로리다 주 루터교 목사 가정에 입양돼 미국인으로 컸다.

크레익 씨는 브로드웨이 데뷔작 ‘스펠링 비’에서 한국인 여학생 마시 박의 역할을 맡으면서 가슴에 묻어두었던 고국과 친부모에 대한 생각을 더 하게 됐다고 말한다.

크레익 씨는 이번 뮤지컬이 커다란 상을 차지하면서 언론의 조명을 받게 되자 주변에 “미국 주류언론이 거의 다루지 않는 한인사회를 이번 공연을 통해 널리 알릴 수 있게 돼 기쁘다”면서 “한국계라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하고 있다.

원작에는 크레익 씨가 맡을 역할이 승부에만 몰두하는 아시아계 여학생으로 돼 있었지만 연출진을 설득해 이를 한국 여학생으로 바꾸고 남에게 양보하는 이미지로 그리도록 한 것도 바로 크레익 씨였다. 크레익 씨는 또 극중의 이 한국 여학생 이름인 마시 박도 직접 지었다.

플로리다에서 자란 뒤 대학을 나와 1996년부터 TV 드라마에 단역으로 출연하다 1999년부터 영화배우와 오프브로드웨이 배우로 영역을 넓힌 그는 브로드웨이 데뷔작인 이번 작품으로 이름을 날렸다. 뮤지컬 ‘스펠링 비’는 영어 스펠링을 맞히는 대회에 출연한 학생들의 심리를 코믹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뉴욕 서클 인 더 스퀘어 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뉴욕=홍권희 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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