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사랑과 죽음의 교향곡’…말러의 영혼

  • 입력 2005년 6월 11일 03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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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죽음의 교향곡/브루노 발터 지음·김병화 옮김/233쪽·1만5000원·마티

1894년 열여덟 살의 지휘자 지망생 브루노 발터가 바이마르에서 구스타프 말러라는 낯선 작곡가의 교향곡 ‘거인’을 들었다. 작품의 대담함에 감탄한 그는 몇 달 뒤 함부르크 시립가극장의 코치로 채용돼 그곳의 주임지휘자였던 말러와 대면하게 된다.

베토벤과 슈베르트, 말러 음악의 탁월한 해석자로 유명한 발터는 이 책에서 17년간 지속된 천재와의 교우를 지극히 애정 어린 필치로 회상한다. 말없이 생각에 빠져 있다가 느닷없이 “계산서!”를 외치던 말러의 자폐적인 면모나, 연주자의 자존심을 사정없이 깔아뭉개던 무신경한 대인관계까지도 낱낱이 공개한다.

“내면에 폭풍우와 힘과 사랑이 깃들어 있었다는 점에서 베토벤과 말러는 진정한 정신적 친족이었다… 말러의 영혼에는 어둠이 파도치고 있었다. 그의 눈은 밤에 익숙해져 있었으며 음악의 깊이를 인식하기 위해 태어난 눈이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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