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문화부가 한나라당 정병국(鄭柄國) 의원에게 제출한 ‘유통원 설립 기초(안)’란 9쪽짜리 문건 중 6쪽에는 ‘소요자금 요청’이란 항목이 명기돼 있다. 이 항목에는 ‘1)2005년-2005년도 유통원 설립 및 시범센터 운영에 소요되는 자금-투자 및 운영자금: 50억 원(시범센터 10개: 20억 원, 유통원 운영: 30억 원). 2)2006∼2008년, -2006년부터 3개년 자금계획 수립, -자금 수령방법: 요청금액 전액 승인 후 매년 사업계획에 따라 분할’이라고 적혀 있다.
또 이 문건의 8쪽 ‘연도별 소요자금 계획’ 항목에선 2006∼2008년의 투자자금 701억여 원과 운영자금 900억여 원의 연도별 용도별 수치가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다.
2005년 5월 23일자로 돼 있는 이 문건 표지에는 6개 신문사의 이름이 가나다순으로 명기돼 있다. 이 문건은 5월 23일 문화부에 전달됐고 6개 신문사 사장들은 이튿날인 5월 24일 정동채(鄭東采) 문화부 장관을 면담했다.
이와 관련해 문화일보는 13일자 1면 기사에서 “신문유통원은 철저히 민간 중심으로 구성, 운영돼야 성공할 수 있다”며 “문화일보는 정부에 대해 어떤 보조금을 요청한 적도, 요청할 의사도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도 14일자 가판 2면 기사에서 “신문유통원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선 1600억 원 정도의 돈이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을 전달했을 뿐 그 돈을 국고에서 지원하라고 공식 요청한 적은 없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도 14일자에서 “신문유통원은 신문법에 따라 세워지는 것으로 자금 요청을 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을 펼쳤고 서울신문도 같은 날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경향신문도 14일자에서 “신문유통원에는 모든 신문이 참여할 수 있는 만큼 일부 신문의 특혜 요구로 몰아가는 것은 명예훼손”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또 ‘신문유통원은 공익적 특수법인’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신문유통원의 취지와 성격, 운영 형태 등을 소개했다.
한겨레도 14일자 신문에 반박 기사와 함께 신문유통원 해설기사를 실었다.
6개 신문사가 해명한 내용은 비슷한 논지로 돼 있다. 그러나 관련 신문사들은 국고 지원 요청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하면서도 이 문건이 어떤 과정을 거쳐 작성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문화부 신용언(愼庸彦) 문화미디어국장은 13일 “문화부는 6개 신문사가 연명해 보내온 공문을 정병국 의원의 요청에 따라 그대로 제출했을 뿐”이라며 “6개 신문사가 신문유통원에 1600억 원의 정부 지원을 요청한 것인지, 단순히 의견 전달만 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코멘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문유통원은 7월 28일 발효될 신문법 제37조의 ‘국민의 폭넓은 언론매체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신문유통원을 둔다’는 조항에 따라 이르면 8월경 설립될 예정이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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