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이름의 표준화는 호칭에서 발생될 수 있는 산업적인 혼란을 피하고 실생활에서 색채에 대한 편리성을 추구하기 위한, 의사소통의 기본적인 수단이며 또한 약속이다. 색채에 대한 약속을 표현하는 우리말 색 이름은 모든 색을 체계적으로 분류해서 표현한 계통색 이름과 동식물, 광물 등의 이름을 빌려 쉽게 떠오르는 색을 표현하는 관용색 이름으로 구별되며 모든 관용색 이름은 계통색 이름으로 표현된다. 그러나 감성적 특성을 중요시하는 색의 특성상 계통색 이름만 사용할 수 없고 관용색 이름이 함께 사용된다. 예를 들어 어린이들의 요청으로 살색에서 ‘살구색’으로 개정한 표준 관용색 이름을 계통색 이름으로 표현하면 ‘연한 노란분홍’으로 약간은 딱딱한 느낌이 든다. 이번 관용색 이름의 개정은 정부에서 인위적으로 또는 몇몇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서 마련한 것이 아니고, 각계각층의 12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색 이름 사용 빈도와 연상(聯想)색을 조사한 자료에 근거한 것이다. 또 산업적으로 효과가 크더라도 다수가 학습 불편을 겪게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으로 작성된 것이다. 분명히 일부의 색 이름 사용 경향은 다수의 경향과 다르다. 이는 세대와 지역에 따라 색 이름도 변하기 때문이다. ‘병아리색이 왜 노란색이냐, 연한 노란색일 수도 있고 선명한 노란색일 수도 있는데’라는 질문과 ‘노란색 대신에 앞으로는 병아리색으로 써야 하느냐’라는 질문도 있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은 병아리색 하면 노란색을 연상하였으므로 병아리색을 노란색으로 정했다. 여기서 노란색은 계통색 이름이며, 병아리색은 관용색 이름이다. 따라서 노란색이 없어진 것이 아니고 계통색으로는 노란색이, 관용색에서는 병아리색으로 표현된다는 것이다. 다시 설명하면 노랑, 선명한 노랑, 진한 노랑, 흐린 노랑은 계통색 이름이며 병아리색, 해바라기색, 크림색은 관용색 이름이다. 또한 계통색과 관용색을 혼용하여 초록 잔디, 수박색 스웨터, 병아리색 장갑, 노란색 가방 등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40여 년 전에 제정된 색 이름을 개정하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그동안의 언어 사용의 변화, 물밀듯 쏟아져 들어오는 외래어의 사용, 일본식 색 표현 등에 대한 것을 각계각층을 대상으로 색 이름 사용 빈도와 연상색에 관한 조사에만도 3년이라는 긴 시간을 필요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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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표준 관용색 이름의 개정은 결코 일본의 잔재를 없애려고 인위적으로 급조한 것이 아니며, 비록 우리말 표준 색 이름이 지금은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을지라도 고감성 색채 시대에 우리의 색 감성에 맞는 우리말 표준 색 이름 체계를 순수하게 우리의 힘으로 완성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음을 알리고 싶다.
한애란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 과장
◇이 글은 본보 5월 31일자 여론마당 ‘부자유스러운 색 이름 혼란 부른다’에 대한 반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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