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穴이 굴을 뜻하는 경우인데, 突(갑자기 돌)은 개(犬·견)가 굴(穴)에서 ‘갑자기’ 뛰어나오는 모습을, 窟(굴 굴)은 몸을 굽혀야(屈·굴)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굴’을, 교(움 교)는 제사에 쓸(告·고) 술 등을 저장하던 땅속으로 파고 들어간 ‘굴’을, 穽(허방다리 정)은 아래로 우물(井·정) 모양의 구덩이를 판 ‘함정’을 말한다. 또 竄(숨을 찬)은 쥐(鼠·서)가 구멍 속으로 ‘숨는’ 모습을, 竊(훔칠 절)은 원래 전갈처럼 생긴 벌레(萬·만)가 구멍(穴)으로 곡식(米·미)을 몰래 ‘훔쳐’ 먹는 것을 그렸다.
둘째, 공간을 뜻하는 경우다. 空(빌 공)은 공구(工·공)로 황토 언덕에 구멍(穴)을 파 만든 ‘공간’을 뜻하며, 그 후 큰 공간인 ‘하늘’과 ‘텅 빔’을 뜻하게 되었다. 그래서 穹(하늘 궁)도 활(弓·궁)을 쏠 수 있는 공간, 즉 ‘하늘’을 뜻한다. 또 창(窓·창 창)은 원래 9으로 써 나무로 살을 만든 동굴집의 창을 그렸는데, 이후 穴이 더해졌고 창은 통풍과 조명을 위한 핵심 구조물이라는 뜻에서 心(마음 심)이 추가되었다.
셋째, ‘끝’을 뜻하는데, 窮(다할 궁)과 窒(막힐 질)이 그렇다. 窮은 원래 穴과 궁(躬·몸 궁)으로 이루어졌고, 궁은 身(몸 신)과 呂(등뼈 려)의 결합으로 ‘몸’을 나타냈으나, 이후 呂가 소리부인 弓(활 궁)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窮은 ‘설문해자’의 해설처럼 동굴(穴) ‘끝까지’ 몸소(躬) 들어가 본다는 의미를 그렸고, 여기서 끝이나 窮極(궁극)의 뜻이 나왔다. 窒도 굴(穴)의 끝에 이른다(至·지)는 의미로부터 ‘막힘’의 뜻을 그려냈다.
하 영 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