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회갑선물은 책’ 일화 빠진 까닭은…

  • 입력 2005년 6월 17일 03시 21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환갑잔치 선물은 가족들이 만든 책 한 권이었다.”

지난달 28일 신문과 방송들은 이 회장 가족에 얽힌 이 같은 일화를 전했다. 출간을 앞둔 북 디자이너 이나미 씨의 저서 ‘나의 디자인 이야기’ 원고에 포함된 “2002년 1월 9일 이 회장의 환갑잔치 때 가족들이 이 회장에게 쓴 글들을 모아 ‘가족’이라는 제목의 책 한 권을 제작, 선물했다”는 내용을 인용 보도했던 것이다.

그런데 15일 출간된 이 씨의 책에는 이 회장 관련 이야기가 빠졌다. 출판사인 ‘마음산책’에 확인해 보니 “저자 이 씨가 최종 원고 단계에서 ‘이 회장 관련 대목을 빼겠다’고 고집해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이 회장 관련 내용이 언론에 미리 크게 소개된 것을 보고 자칫하면 클라이언트(이 회장)에게 폐가 되겠다고 판단해 배려 차원에서 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마치 내가 책을 팔아먹기 위해 이 회장 관련 이야기를 이용한 듯한 상황이 돼 저자로서 자존심이 상했다”고 말했다.

삼성 측과 협의가 있었는지에 대해 이 씨는 “(이 회장의 회갑 기념 책 제작을 주문했던) 제일기획 측에서 ‘어떻게 된 일이냐’는 문의가 온 적은 있지만 내용을 빼달라는 요구는 없었으며, 만약 그런 요구가 있었다면 자존심 때문이라도 안 뺐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이 회장 관련 부분이 빠진 사실조차 몰랐다”며 “초고대로 책이 나왔어도 전혀 불쾌해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출판사와 저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출판계 일각에선 “이 회장 관련 내용을 흘려 책 홍보 효과를 거둔 뒤 막상 삼성과의 관계를 고려해 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기홍 기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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