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에 대한 일반인의 통념은 ‘어렵다’는 것이다. 줄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무형식(無形式)의 형식’이라는 표현방식도 난해하다. 현대무용은 발레에 대한 저항이자 도전이었다. 창시자 이사도라 덩컨은 ‘토슈즈를 벗어 던지라’ 하지 않았던가.
무용수의 자연스러운 감정 표현을 중시한 덩컨의 무용 철학은 이제 살아있는 현대무용의 전설로 불리는 안무가 피나 바우쉬에 이르러 정점에 이르고 있다.
독일 일간지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의 무용 평론가인 저자는 객관자적 입장에서 피나 바우쉬의 삶과 작품세계를 소개한다. 무대 위에서는 혁명가이지만 무대 밖에서는 수줍고 내성적인 그녀가 비평가나 언론인에게 털어 놓지 않았던 사생활, 작업철학, 작업방식, 공연 이야기가 담겨 있다.
피나 바우쉬는 춤, 연극, 노래, 미술을 섞는 퓨전 무용으로 20세기 현대 무용의 흐름을 바꾼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본의 문예평론가 미우라 마사시는 “20세기 초 무대예술은 베케트로 대표되는 부조리극에서 피나 바우쉬의 무용으로 이동했다”고 주장할 정도다.
그녀의 춤과 무대는 역동적이다. 흙과 풀, 물과 꽃이 그대로 무대 위로 올라온다. 수천 송이의 카네이션이 바닥을 채우고 쓰레기와 흙더미가 쌓이는가 하면 모래사장, 난파선이 등장한다. 셰퍼드가 짖어대고 양과 사슴이 배회하는 무대에서 무용수들은 뒹굴고 첨벙대며 기어 다닌다.
그녀는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는가 하는 문제보다 ‘무엇이 우리들을 움직이게 하는가’를 고민한다. 그 무엇이란? 바로 사랑과 두려움, 그리움과 외로움, 좌절과 공포, 인간에 의한 인간의 차별, 기억과 망각 등 실존에 관한 철학적 질문들이다. 그녀는 이런 다양한 감정들을 춤으로 표현한다. 따라서 그녀의 춤은 설명이나 이해를 위한 춤이 아니라 느낌과 공감을 위한 ‘의사소통으로서의 춤’이다.
무용수들과의 공동작업을 중시하며 끊임없는 토론을 하면서 연습을 한다는 그녀에 대해 무용수들은 이렇게 말한다. ‘난 그녀를 증오해요, 하지만 그만큼 그녀를 사랑하기도 해요(I hate her, but I love her, too).’
마침 피나 바우쉬는 22∼2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한국을 소재로 한 신작 ‘러프 컷(Rough Cut)’을 세계 초연한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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