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에서]스타 빠지고…영화 놓치고…두 토막 난 영화제

  • 입력 2005년 6월 22일 03시 05분


“영화배우와 감독들을 많이 보고 싶으시면 리얼판타스틱영화제(리얼판타)로 가십시오. 영화를 많이 보고 싶으시면 우리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로 오시고요.”

21일 오후 서울 중구 충무로 세종호텔에서 열린 제9회 PiFan 기자회견에서 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정초신 감독이 다소 맥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같은 날 오전 11시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7층 회의실 리얼판타 기자회견장에 나온 김홍준(한국종합예술학교 영상원장) 운영위원장의 목소리 역시 착 가라앉아 있었다.

“우리 리얼판타는 PiFan의 불행한 사태로 빚어진 이벤트성 영화제입니다. 내년에 2회가 열릴지는 저도 모릅니다.”

김 위원장은 임기 3년의 PiFan 집행위원장 직을 1년도 못 채운 지난해 12월 갑작스레 해임됐다. 홍건표(한나라당) 부천시장은 당시 ‘겸임’ ‘낮은 경제효과’ ‘행사 운영 미숙’ 등을 사유로 제시했지만 모두 석연치 않았다.

그 결정은 영화인들의 큰 반발을 샀다. 박찬욱 김지운 허진호 봉준호 등 대표감독 11명과 최민식 송강호 설경구 이영애 이병헌 김혜수 조승우 정우성 등 다수의 영화배우들이 PiFan에 작품 출품과 참가를 거부했다. 그리고 김 위원장은 함께 해임된 프로그래머들과 함께 PiFan과 같은 기간(7월 14∼23일)에 서울에서 리얼판타를 열기로 한 것이다.

영화제는 새 영화들을 많이 볼 수 있으면서 동시에 스크린에서만 보던 배우와 감독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러나 예산이 23억 원에 이르는 PiFan은 장·단편 영화 172편을 초청해 국제영화제로서의 수준은 맞췄지만 스타 배우와 감독 없이 치러야 하고, 예산이 2억 원에 불과한 리얼판타는 영화인들의 지지 속에 스타들은 불러 모았지만 초청한 영화는 61편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에 열리는 두 영화제는 한쪽은 스타를, 한쪽은 영화를 놓쳤다. 책임이 누구에게 있건 절름발이 영화제들을 지켜봐야 하는 영화팬들의 아쉬움은 크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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