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개그맨 정형돈 5개 프로서 MC-연기자로 바쁜 나날

  • 입력 2005년 6월 23일 03시 02분


사진 제공 KBS
사진 제공 KBS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육중함(?)을 느낄 수 있는 개그맨 정형돈(27). 최근 그를 알고 싶어하는 독자들이 많아졌다. 인터넷 검색 창에 ‘정형돈’을 넣고 엔터 키를 눌렀더니 MBC 예능 프로그램 ‘토요일’의 코너 ‘무모한 도전’,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상상 원정대’, 청춘시트콤 ‘논스톱5’, ‘행복 주식회사’, SBS ‘특명 아빠의 도전’ 등 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만 무려 5개가 검색됐다. 옆 창에서는 ‘일일 개그맨 순위 톱 10’에서 그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22일 오후 SBS 로비에서 그를 만나 자신의 이름을 건 ‘3행시’ 인터뷰를 했다.

● ‘정’신 없지만 마음은 두둥실 떠 있습니다.

“아니 보통 바쁘면 살이 빠지게 마련인데 전 이상하게도 그대로죠. 그런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힘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행복한 상태라고나 할까요?”

정형돈의 말은 그럴싸하지만 내숭이었다. 축 쳐진 어깨, 풀린 눈, 푸석푸석한 피부를 보면 오히려 왜소해보일 정도였으니 말이다. 2002년 KBS 개그맨 공채 17기로 데뷔한 이후 최고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그가 그래도 ‘의욕’ 얘기를 꺼내자 눈에서 불이 번쩍했다.

“사실 개그맨이 오락 프로그램 MC나 시트콤에 출연하는 것은 일종의 ‘외도’죠. 하지만 20대인 저는 아직 젊잖아요. 여러 가지 일을 경험해보고 나중에 제 길을 잡아도 늦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코너 ‘상상 원정대’ 만은 예외랍니다. 아무 것도 모른 채 첫 녹화 장소인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갔는데 110층 타워 꼭대기에 있는 롤러코스터를 타라고 하더라고요. 지금도 ‘내가 왜 이 코너에 출연했을까’ 농담삼아 후회한답니다. 하하”

● ‘형’들은 처음에 반대했지만 스스로 재능을 믿은 셈이죠.

고교 졸업 후 평범한 대기업 회사원이었던 정형돈은 직장 동료의 부추김으로 개그맨이 되었다.

“2000년 직장 동료가 개그맨 시험을 혼자보기 민망하다고 같이 원서를 넣자고 했죠. 생각을 해보니 못할 것 도 없었죠. 그래서 2001년 부모님 몰래 회사에 과감하게 사표를 쓰고 개그맨 시험에 몰두했죠.”

회사를 나온 그는 무작정 선배 개그맨 박준형이 이끌던 극단 ‘배꼽빼리아’를 찾아갔다. 그러나 박준형과 임혁필 등은 그를 만류하며 회사로 다시 돌아가라고 얘기했다.

“엄마가 어느 날 병원에 가셨는데 회사 명의로 된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셨대요. 전화를 걸어 한참을 우셨죠. 하지만 2002년 KBS 개그맨 ‘합격’ 통지서를 받고 ‘갤러리 정’으로 유명해진 후에는 동네방네 우리 아들 장하다고 뛰어다니시면서 홍보하시죠.”

● ‘돈’이를 사랑해주시는 팬들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최근 정형돈은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누리꾼들로부터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 이유는 바로 캡처사진 두 장. ‘상상 원정대’에서 롤러코스터를 탄 그가 공포에 떨며 코믹한 표정을 짓는 모습을 한 누리꾼이 캡처해 인터넷에 올린 사진과 또 하나는 그의 찰랑찰랑한 머릿결 덕분에 탤런트 심은하와 비교해 올린 사진이다. 이 사진 두 장은 심지어 ‘화제의 사진’이라며 인터넷 뉴스에 보도되기도 했다. 그러나 ‘인기’에 대해서 그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스스로 ‘인기 연예인’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연예인 100명 중에 1명이 살아남는데 그게 나라고 해도 기뻐할 일은 아니라고 봐요. 다른 동료들과 함께 고생한 것이 마치 동료들을 짓밟고 올라선 기분이 들어요. 그저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편하게 좋아해주길 바래요.”

인터뷰 말미에 그의 미래가 궁금했다. 대뜸 앞으로 “뭘 하고 싶어요?”라고 물었더니 예상치 못한 대답을 들었다.

“10년 후에 우리 다시 만나요. 그 때 제가 뭘 하고 있는지, 무슨 꿈을 이뤘는지 저도 궁금해요. 기자님. 2015년 6월 23일 약속해요. 하하”

◆독자 메일 #1 : “기자님. 요새 날씨도 덥고 공부도 안 되는데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상상 원정대’ 코너에 출연하는 형돈 오빠를 보면 너무 웃겨서 엔돌핀이 팍팍 생겨요. 특히 놀이 기구 타기 전 겁에 질린 사진은 아예 출력해놓고 매일 본다니까요. ㅋㅋㅋ”

◆독자 메일 #2 : “예전에 ‘갤러리 정’으로 나온 그 개그맨 머릿결이 아주 좋던데 좀 따라해보니까 생각만큼 쉽지 않던데요. 혹시 그 개그맨에게 머리 손질하는 방법 좀 물어봐주시겠습니까?”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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