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일일 아침드라마 ‘여왕의 조건’(극본 박현주, 연출 박영수)에 주부들이 열광하고 있다. 시청률은 전체 드라마 중 4, 5위권(21일 18.1%). 30, 40대의 주부시청률(13∼19일)도 14.3%로 같은 시간대 KBS2 ‘위험한 사랑’(7.8%), MBC ‘김약국의 딸들’(9.1%)보다 높다. 주인공 오영주 역을 맡은 김미숙(46)을 만났다.
○ 성공요인 1: 오영주 같은 김미숙
김미숙은 바람난 남편과 이혼한 후 상황을 적극적으로 극복해 가는 ‘아줌마’ 역을 제대로 소화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부부싸움할 때 저 역시 소리 지르고 리모컨도 막 던져요(웃음). 결혼한 후 아이 낳고 키우면서 현실의 때가 적당히 묻는 것 같아요. 이번 역은 애들하고 뒹굴고 남편과 토닥거리며 싸우는 요즘 제 생활과 비슷한 점이 많아 편해요.”
김미숙은 “자연스럽고 편안한 모습이 주부들에게 어필한 것 같다”고 자평했다. 노래방 도우미, 할인점 점원을 하며 자립하려는 영주의 모습은 불륜과 배신에 초점을 맞춘 기존 아침드라마의 틀을 부숴버린다.
그동안 아침드라마는 △여자 주인공의 신파조 눈물 신 반복(이유는 남자의 배신) △악역은 무조건 남자인 이분법적 구도 △가족의 행복 강조인지, 여성의 사회 진출 독려인지 모호한 주제 의식 등으로 진부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저는 사회적으로 잘살 자신도 있고 정신을 건강하게 컨트롤할 자신도 있어요. 영주도 마찬가지죠. 극중 당당한 영주의 모습에 시청자들이 공감하는 것 같아요.”
○ 성공요인 2: 김미숙 같은 오영주
방송이 끝나면 인터넷 게시판에는 ‘방송에서 김미숙 씨가 흰 바지 위에 입었던 밤색 니트가 궁금합니다’라는 유의 질문이 오른다. 극중 영주는 깔끔한 니트 등 단순하지만 세련된 의상을 즐겨 입는다. ‘억척아줌마’ 오영주에 김미숙의 스타일리시한 분위기가 오버랩된다는 평.
“상황이 가장 안 좋을 때 립스틱을 더 새빨갛게 바르는 게 여자 심리죠. 남편하고 행복하게 살 때는 3000원짜리 티셔츠를 입어도 상관없지만 영주 상황에서는 오히려 자신을 가꾸어야 합니다.”
그녀는 영주를 연기하며 동년배 중년 여성들에게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혼 절차 밟고 남편의 상대 여자 만나고… 화장도 안 하고 옷도 막 입을 수 있는 상황이지만 오영주는 이혼녀를 대표해 여자의 자존심을 보여주는 존재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여성들이 드라마를 보고 ‘오영주 처럼 당당해야지’라는 생각이 들게끔 롤 모델이 되고 싶습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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