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세계적 안무가 바우쉬의 ‘러브 컷’

  • 입력 2005년 6월 2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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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소재로 한 피나 바우쉬의 ‘러프 컷’ 중 등목장면. 바우쉬는 이를 성차별적 시각으로 해석했다. 사진 제공 LG아트센터
한국을 소재로 한 피나 바우쉬의 ‘러프 컷’ 중 등목장면. 바우쉬는 이를 성차별적 시각으로 해석했다. 사진 제공 LG아트센터
2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 ‘러프 컷’은 세계적인 안무가 피나 바우쉬의 ‘한국 견문록’이다. 바우쉬는 한국 전통음악과 대중음악에 맞춰 ‘한국적이면서도 한국적이지 않은’ 몸의 향연을 펼쳤다.

춤과 연극의 장르를 허물었던 그이지만, 최근 들어 그의 작품은 움직임, 즉 춤이 강조되는 경향을 보인다. ‘러프 컷’ 역시 대사가 거의 없이 춤에 무게를 실었다. 특히 예전 작품에 비해 전체적으로 솔로가 추는 춤이 두드러지게 많았다. 그래서 다소 지루한 느낌을 줄 수도 있지만, 분명, 그녀는 고요해졌다. 강렬한 메시지를 파격적이고 속도감 있는 무용 언어로 표출하던 그가 한국을 소재로 한 작품에서는 정적인 이미지를 많이 드러냈다. 한국 사회가 지나치게 역동적이기 때문이었을까?

두 남성 무용수가 휘파람을 주고받는 가벼운 장면으로 시작하는 무대는 부드러운 움직임과 격렬한 동작이 빠르게 교차하면서 ‘다이내믹 코리아’를 형상화한다.

‘간접화법’으로 한국을 말하던 무대는 김장 담그기와 등목 장면에서 ‘직접화법’으로 바뀐다. 배추를 들고 나와, 누워 있는 반라의 남성을 배추 잎으로 덮기도 하고 여성 무용수들은 남성에게 등목을 해 줄 때 무대 위에서 물을 퍼붓기도 한다. 마지막 부분엔 백화점 실내 풍경을 촬영한 동영상이 반복적으로 비친다.

바우쉬는 한국을 소재로 한 ‘풍속화’를 그리는 대신, 한국에서 받은 영감을 거칠고 빠른 터치의 ‘추상화’로 제시하고자 한 듯하다. 그 추상화의 중심은 무대 배경으로 설치된 암벽이다. 암벽은 꽃 핀 산, 파도치는 해안 등으로 변하기도 하지만, 한국 사회에 엄연하게 존재하는 ‘벽’으로 보였다. 이 암벽은 한반도의 분단을 상징할 수도 있고, 남성과 여성 사이에 가로놓인 벽일 수도 있으며, 전통과 현대, 계층과 인종, 문화 사이에 가로놓인 벽일 수도 있다.

그가 그린 추상화의 테마는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인 것 같다. 공연 후반부에 무용수들이 모두 나와 무대를 사방으로 뛰어다니는 장면이 무려 5분 이상 지속된다. ‘과연 바우쉬’라는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특유의 위트와 풍자도 번득였지만, 한국을 소재로 한 작품이기에 우리 눈에는 아쉬운 부분도 있다. 가령, 등목 장면을 성차별적인 시각에서 바라보아 여성 무용수가 남성의 몸을 씻겨주는 것으로 표현한 것은 우리의 오랜 피서법을 잘못 이해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장선희 세종대 무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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