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가장 논란이 심한 경제학의 고전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 ‘자본론’의 내용은 자본주의 구조에 관한 체계적 설명을 담고 있어서 지극히 무미건조하게 보인다.
이는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집필한 ‘공산당선언’이 선동적인 주장으로 되어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사실 마르크스는 현실 사회주의 운동에서 한 걸음 물러나 런던에서 십수 년간 경제학 공부에 몰두하여 ‘자본론’의 원고를 완성하였고 1867년에 독일어판으로 1권을 발간하였으며, 나머지 2, 3권은 엥겔스가 편집하여 마르크스의 사후에 발간되었다.
마르크스는 ‘자본론’의 모두에서 자본주의의 이해를 위해 가장 단순한 단위인 상품의 속성을 분석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자신의 이론을 전개한다. 그는 단순히 상품을 판매할 때 차익이 발생한다는 통속적 견해를 비판하고 경제 전체적으로는 생산과정에서 잉여가 발생하므로 자본주의적 생산의 특징을 알기 위해서는 생산과정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노동력이라는 상품은 그 가치대로 교환되어 투입되지만, 실제로 생산과정에서 지불된 것 이상으로 기여하게 되므로 잉여가 발생한다고 본다. 사실상 마르크스의 모든 경제학적 논의는 잉여가 노동착취에 기인한다는 전제하에서 출발하고 있다.
나아가 마르크스는 자본주의하에서 잉여를 증대시키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끊임없이 기계화를 도모하는데, 이렇게 되면 결국 잉여의 원천인 노동사용이 상대적으로 줄게 되므로 이윤이 저하되는 내부적 모순이 나타나게 된다. 즉 자본주의는 노동착취를 통해서 어느 정도 성장하지만 결국 이윤이 저하되어 공황이 빈번히 발생하는 모순에 빠지게 되어 사회주의 체제로 대체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마르크스 경제학은 이렇듯 노동착취설이라는 기본전제하에서 일관된 설명논리를 갖고 있어서 일단 기본전제를 받아들이면 다른 설명들은 비교적 쉽게 이해되는 단순한 체계를 갖고 있다. 사실 이러한 단순성이 마르크스 경제학의 최대의 매력이자 최대의 약점이다. 즉 실제로 생산과정에서 잉여가 발생하는 과정은 조직 내의 인간관계의 산물이므로 복잡 다양한 측면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모두 노동착취로 환원하여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마르크스 경제학자들은 실제 경제와의 괴리가 발생해도 좀처럼 자신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경직성을 갖게 된다. 이러한 경직성에 빠질 위험만 피한다면 경제학의 문외한도 큰 어려움 없이 ‘자본론’을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번역본으로는 1991년 김수행 교수가 번역한 것이 가장 잘 되어 있다.
홍기현 서울대 교수·경제학부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