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목소리 내던 언론노조-민언련, KBS사태 ‘대리전’

  • 입력 2005년 6월 23일 03시 02분


노무현(盧武鉉) 정부 출범 이래 언론계 현안마다 한목소리를 내며 언론운동을 주도해 온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언련)이 최근 KBS 노사 갈등에 대해 각각 노조와 경영진의 손을 들어주는 반대 내용의 성명서를 내 주목된다. 1984년 설립된 민언련은 언론 모니터를 주로 하는 시민단체이며, 언론노조는 1988년 출범한 신문 방송 통신사 노동조합의 상급단체.

KBS의 노사 갈등은 1일 정연주(鄭淵珠) 사장이 발표한 ‘경영 혁신안’에 노조가 반발하면서 시작됐다. 노조는 14일 대의원 회의를 열어 153명 중 100명의 찬성(65%)으로 ‘선(先)경영진 퇴진, 후(後)고통 분담’을 내걸고 20일부터 사장실 앞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그러나 사측은 노조의 요구에 반응하지 않은 채 22일부터 구조조정을 위한 대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언련은 16일 ‘개혁을 위해 힘 합치는 것이 정답이다’는 성명서를 내고 “정 사장의 개혁안은 강도 높은 자구책”이라며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이를 실천에 옮길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며 정 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언론노조는 20일 ‘KBS 경영진의 무성의한 태도가 노조의 불신을 불렀다’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사태의 1차적 책임이 경영진에 있고 경영혁신안의 내용과 발표 전후 사측의 일처리 방식이 어설프고 일방적이었다”며 KBS 노조를 두둔했다.

언론계에선 민언련과 언론노조의 엇박자가 극히 이례적이지만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보고 있다. 정 사장을 지지해 온 민언련으로선 KBS 노조의 정 사장 퇴진 요구를 비판할 수밖에 없고, 언론노조는 소속 노조원 4380명에 월 분담금 2200여만 원을 내는 가장 큰 하부 조직인 KBS 노조를 두둔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민언련 관계자는 “모든 사안마다 언론노조와 같은 목소리를 낼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KBS 노조와 만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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