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이 내부 분석용으로 작성한 ‘예술단 운영체제 개선방안 검토’ 문건에 따르면 이들 단체 단원들은 연간 200여 일을 쉬었으며 정식 공연은 거의 하지 않았다. 지출이 수익의 8배나 되며 지출액 114억 원 중 89억 원이 단원 급여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일부 단체는 세종문화회관 산하 단체라는 점을 이용해 편법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1년에 200일 이상 쉬어=단체협약상 단원들이 쉬게 돼 있는 날은 공휴일과 공연 다음날, 세종문화회관 창립일 등 연간 150여 일. 그러나 90% 이상의 단원들이 근무일인 토요일에 출근하지 않아 실제 쉬는 날은 200일 이상이었다고 재단은 분석했다. 무단결근은 단원 1명당 월평균 5.3회로 집계됐다.
지난해 서울시합창단은 모두 21회 공연을 가졌으나 이 중 17회는 세종문화회관 뒤뜰에서 일부 단원들이 참가해 연 거리공연이나 병원 방문 공연이었으며 정식 공연은 4회에 불과했다.
지난해 이들 단체가 올린 공연수입은 모두 14억여 원으로 수익률은 12.9%이었다. 이는 다른 국립단체에 비해 형편없는 수준.
반면 급여로 쓰인 돈은 89억 원으로 공연수입의 6배가 넘었다. 합창단의 경우 급여 13억1800만 원을 받은 단원들이 벌어들인 공연수입액은 4000만 원에 그쳤다.
▽각종 편법수익 올리기도=예술단원들은 단체협약을 통해 2000년에는 정년을 5년 연장하고 2002년에는 완전호봉제를 채택해 기량과 상관없이 매년 임금이 인상되게 했다. 세종문화회관 노조는 지금도 임금인상률 5.5% 이상을 요구하며 장외 집회를 벌이고 있다.
또 서울시뮤지컬단은 자체 공연인 것처럼 꾸며 회관 대극장을 쉽게 대관한 뒤 다른 공연기획사를 공동주최자로 나서게 하고 그 기획사로부터 별도 출연료를 받는 수법으로 4억여 원을 챙겨 단장과 단원들이 나눠가졌다고 이 문건은 지적했다.
지난해 일본의 노무라연구소는 서울시에 회관 발전전략을 보고하면서 회관 산하 예술단체들이 △단원 오디션이 없고 공연이 적어 예술적 수준이 낮으며 △자체수입과 공연사업 비중이 지나치게 낮고 △조직체계가 복잡하고 운영이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세종문화회관 노조 김현(金賢) 사무국장은 “단원들의 임금이 다른 단체와 비교해 높지 않고 근무시간은 조정할 수 있다”라며 “공연 횟수가 적거나 무료관객이 많은 것은 공연기획 파트가 책임질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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