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공연은 ‘대충대충’…제몫 챙길땐 ‘빈틈없이’

  • 입력 2005년 6월 23일 03시 02분


서울시교향악단 서울시뮤지컬단 등 재단법인 세종문화회관 산하 9개 예술단체 단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은 것으로 드러났다.

세종문화회관이 내부 분석용으로 작성한 ‘예술단 운영체제 개선방안 검토’ 문건에 따르면 이들 단체 단원들은 연간 200여 일을 쉬었으며 정식 공연은 거의 하지 않았다. 지출이 수익의 8배나 되며 지출액 114억 원 중 89억 원이 단원 급여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일부 단체는 세종문화회관 산하 단체라는 점을 이용해 편법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1년에 200일 이상 쉬어=단체협약상 단원들이 쉬게 돼 있는 날은 공휴일과 공연 다음날, 세종문화회관 창립일 등 연간 150여 일. 그러나 90% 이상의 단원들이 근무일인 토요일에 출근하지 않아 실제 쉬는 날은 200일 이상이었다고 재단은 분석했다. 무단결근은 단원 1명당 월평균 5.3회로 집계됐다.

지난해 서울시합창단은 모두 21회 공연을 가졌으나 이 중 17회는 세종문화회관 뒤뜰에서 일부 단원들이 참가해 연 거리공연이나 병원 방문 공연이었으며 정식 공연은 4회에 불과했다.

지난해 이들 단체가 올린 공연수입은 모두 14억여 원으로 수익률은 12.9%이었다. 이는 다른 국립단체에 비해 형편없는 수준.

반면 급여로 쓰인 돈은 89억 원으로 공연수입의 6배가 넘었다. 합창단의 경우 급여 13억1800만 원을 받은 단원들이 벌어들인 공연수입액은 4000만 원에 그쳤다.

▽각종 편법수익 올리기도=예술단원들은 단체협약을 통해 2000년에는 정년을 5년 연장하고 2002년에는 완전호봉제를 채택해 기량과 상관없이 매년 임금이 인상되게 했다. 세종문화회관 노조는 지금도 임금인상률 5.5% 이상을 요구하며 장외 집회를 벌이고 있다.

또 서울시뮤지컬단은 자체 공연인 것처럼 꾸며 회관 대극장을 쉽게 대관한 뒤 다른 공연기획사를 공동주최자로 나서게 하고 그 기획사로부터 별도 출연료를 받는 수법으로 4억여 원을 챙겨 단장과 단원들이 나눠가졌다고 이 문건은 지적했다.

지난해 일본의 노무라연구소는 서울시에 회관 발전전략을 보고하면서 회관 산하 예술단체들이 △단원 오디션이 없고 공연이 적어 예술적 수준이 낮으며 △자체수입과 공연사업 비중이 지나치게 낮고 △조직체계가 복잡하고 운영이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세종문화회관 노조 김현(金賢) 사무국장은 “단원들의 임금이 다른 단체와 비교해 높지 않고 근무시간은 조정할 수 있다”라며 “공연 횟수가 적거나 무료관객이 많은 것은 공연기획 파트가 책임질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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