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가 중국에 들어간 이후 쌀은 가장 중요한 식량이 되면서 米는 쌀은 물론 기장이나 조 등 일반 곡식까지 지칭하게 되었다. 예컨대 粉(가루 분)은 쌀(米)을 나누어(分·분) 만든 ‘가루’를, 粒(알 립)은 쌀(米)의 독립된(立·립) 단위인 ‘낱알’을, 粃(쭉정이 비)는 쌀에 비견되지만(比·비) 껍질만 있고 알이 들지 않은 ‘쭉정이’를, 粕(지게미 박)은 벼(米)의 흰 속살(白·백)까지 나오게 벗겨낸 상태를, 자(기장 자)는 쌀(米)에 버금가는(次·차) 곡식인 ‘기장’을 말한다. 또 粮(糧·양식 량)은 식량으로 쓸 양질(良·량)의 곡식을, 粟(조 속)은 다음해에 씨앗으로 쓰고자 광주리(西·서)에 담아 놓은 곡식을 말한다.
또 粲(정미 찬)은 손(又·우)으로 뼈(알·알)를 갈듯, 쌀을 찧어 白米로 만드는 것을 말했는데, 찧은 쌀은 하얗고 깨끗한 색깔을 내비친다는 뜻에서 ‘찬란함’의 뜻이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서 파생된 璨(빛날 찬)은 옥(玉·옥)이 빛남을, 燦(빛날 찬)은 불꽃(火·화)이 번쩍임을 말하며, 澯(맑을 찬)은 티 없이 맑은 물결(水·수)이 잔잔하게 햇빛에 반짝이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그런가 하면 적(쌀 사들일 적)과 조(쌀 내어 팔 조)는 각각 쌀(米)을 사들이고(入·입) 내다(出·출) 파는 것을 말하는데, 이후 소리부인 翟(꿩 적)이 더해졌다. 粥((국,육,죽)·죽 죽)은 솥((격,력)·력)에 쌀(米)을 넣고 ‘죽’을 끓이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며, 양쪽에 더해진 弓(활 궁)은 원래 피어오르는 김을 그린 것인데 잘못 변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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