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무형문화재 제45호 대금산조 보유자인 이생강 씨의 대금 연주는 마치 인간사를 꿰뚫어 보고 있는 부처님이 연주하듯 사람의 마음을 종횡무진 이끌어갔다.
21일 밤 경북 영천시 만불사 대웅전에서 열린 제2회 ‘보름달맞이 산사 음악회’는 스타 국악인들과 성악가 스님들이 푸짐한 음악의 향연을 펼쳐 속세의 찌든 때를 날려준 문화 불사(佛事)였다. 이날 음악회에는 대구 경주 포항 부산 등 인근 도시뿐 아니라 서울 등지에서 온 신자들을 포함해 2000여 명이 참석해 음악을 통해 마음을 정화시키고 신심을 다잡았다.
“어디서 온지도 가는 곳도 알 수 없고…한사코 잡으려 애를 써도 아련한 풍경소리만 밀려오네.”
성악을 통해 15년째 포교활동을 벌이고 있는 비구니 정율 스님이 대웅전 삼존불 앞 가설무대에 올라 피아노 반주에 맞춰 시원한 소프라노 목소리로 ‘무상’을 부르자 초여름 밤의 무더위가 싹 가시는 듯했다. 인간 마음을 열어 보여주는 것 같은 이생강 씨의 대금 연주에 이어 명창 김영임 씨가 ‘회심곡’ ‘정선아리랑’ 등을 흥겹게 부르자 청중은 박수를 치며 노래를 따라 부르는 등 열띠게 호응했다.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범능 스님이 직접 기타를 치며 ‘산사문답’ ‘꽃등 들어 님 오시면’ 등 조용하면서도 울림이 큰 노래를 불러 감동을 주었다.
제3회 행사는 7월 20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054-335-0101
영천=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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