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유럽일주/6월 2일~6월 4일]자전거로 고속도로 가다 독일경찰에 붙잡혀

◎자전거 유럽일주(이동구간 : 하이델베르크: 50km) 6월2일(목요일)

독일의 유명한 관광코스인 로만틱가도와 고성가도.

오늘은 그 중 경관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고성가도의 시작 하이델베르크를 관광하기로 했다. 아침 일찍 서둘러 만하임 캠핑장에서 출발했다.

'자전거로 유럽일주' 사진
'자전거로 유럽일주' 동영상

자전거로 한 시간 남짓한 거리에 있는 하이델베르크.

독일에 들어와 라인강을 따라 관광을 하며 산중에 있는 여러 성들을 봤지만 역시 그 명성답게 하이델베르크에 있는 성들과 도시 모습은 무척 아름답다.

인구 14만의 작은 도시지만 그 속에는 많은 관광명소가 있어 방문객들에게는 더욱 알찬 관광이 보장된 곳이기도 하다.

가이드북을 보며 나름대로 이 도시를 공부했지만 그저 천천히 걸어 다니며 보는 도시는 전부다 아름답다. 그래서 하나라도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시내 중심에 있는 '황태자'란 한식당에 자전거를 맡기고 걷기로 했다.

시내 곳곳을 다녔지만 그 중 하이델베르크 성 위에서 바라보는 도시 전체의 모습은 장관이다. 한적히 흐르는 넥카강과 푸른 산, 파란 하늘, 거기에 빨간 지붕의 시가지가 만드는 조화는 가히 환상적이다. 오래 전 이 성에서 사랑을 노래했던 괴테를 떠올려본다. 유부녀와의 이루어질 수 없었던 가슴 아픈 사랑을 아름다운 시로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은 괴테의 재능보다도 이 아름다운 도시가 만들어 낸 것은 아닐까.

하루 일정을 이곳 캠핑장에서 보낼 계획을 세우지 못한 것이 무척 아쉽다.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면서도 다들 아쉬움이 많은지 뒤를 돌아본다.

하이델베르크에서 받은 감동이 큰 탓인지.

한참을 돌아오는데 무언가가 이상하다. 고속도로 같지는 않은데 우리를 지나치는 차들의 속도가 무척이나 빠르다. 일단 빨리 이곳을 지나가야겠다는 생각에 더욱 속력을 냈다. 만하임에 거의 다다랐을 때 아니나 다를까 경찰차가 와서 우리를 불러 세운다. 뒤에서 가던 나와 동원이야 멈춰 섰지만 이미 저만치 앞서 가던 원제는 미처 보지 못하고 계속 가고 있다.

우리가 가려던 길이 고속도로란다. 무척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 다행히도 벌금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하기야 우리 모습을 보면 불쌍해서라도 누구도 벌금을 물리진 않을 것 같다. 대충 죄송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돌아섰지만 문제는 이미 가버린 원제. 경찰이 간 뒤 불러올 생각으로 원제가 진입한 곳으로 들어갔다.

순간 남아있는 것은 원제의 빈 자전거. 아마도 우리를 불러 세운 경찰이 한참 고속도로를 달리던 원제를 보고 당장 세워 잡아갔나 보다. 이런 맙소사…

다시 동원이가 기다리는 곳으로가 상황 설명을 하고 대책을 간구해 보지만 무척 난감하다. 연락할 방법도 약속을 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그것도 이곳 유럽 한복판에서 어떻게 다시 만날지 기가 막힌 상황이다.

어차피 원제의 자전거가 남아있는 이상 경찰이든 원제든 자전거를 가지러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메모를 남기러 원제의 자전거로 다시 돌아가는 순간, 마치 죄인처럼 자전거를 경찰차에 싣고 있는 원제의 모습이 멀리서 보인다.

고함을 치며 달려가 자초지정을 설명하니 다행히 우리의 상황을 이해해주는 눈치이다. 한술 더 떠 나와 동원이 자전거까지 싣더니 우리를 캠핑장까지 데려다 준단다. 그야말로 전화위복의 순간이다.

덕분에 이곳 유럽에 와서 경찰차까지 타고 무사히 캥핑장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잊지 못할 추억거리가 만들어진 셈이다.

오늘 하루 하이델베르크의 감동과 독일 경찰의 친절함까지…

즐거운 독일에서의 하루다.

◎자전거 유럽일주(이동구간 : 프라하 : km) 6월3일(금요일)

자정이 넘어 체코 프라하에 도착. 보다 일찍 도착할 수 있었지만 중간에 열차를 잘못 타는 바람에 이 늦은 시간에 도착하게 된 것이다. 며칠 전부터 무슨 일을 할 때 마다 꼭 하나씩 사건이 터진다.

90년대 이후 민주화의 열풍으로 무섭게 자유주의와 자본주의가 밀려들고 있는 체코 프라하.

지금껏 발전된 서유럽을 여행하다 처음으로 들어온 동유럽이기도 하고 어느 정도 사회주의 국가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기대에 다들 조금씩 들떠있었다.

하지만 막상 들여다본 프라하의 모습은 어느 자본주의 국가에 조금도 뒤쳐지지 않았다. 일견 세련됐고 젊은이들은 유흥을 즐긴다. 사회주의 국가의 무거운 분위기와 차분함을 기대했던 우리는 무척이나 산만하고 들떠있는 이 도시의 모습에 조금은 실망했다.

물론 프라하의 옛 모습 그대로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불과 몇 년 사이에 이렇게 빨리 변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랄 따름이다. 이런 실망도 나의 무지에서 나온 것은 아닐지 생각해본다.

아직 상상 밖의 프라하 모습에 적응하지 못한 우리에게 프라하는 과연 관광도시답게 놀랍도록 아름다운 건축물과 세련미가 가득한 밤거리 모습을 보여줬다.

꼭 한번 보고 싶었던 프라하의 야경. 한 마디로 이 작은 도시는 보물로 가득 차 있는 보물섬처럼 다가온다.

늦은 시간의 관광이지만 오히려 프라하의 아름다움은 어둠 속에 더욱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조용하고 분위기 있는 작은 골목들, 그 끝에 있는 작은 광장, 그리고 프라하의 자랑 ‘까를교’. 이 모든 것이 우리의 탄성을 자아내지만 다만 아쉬움은 부족한 사진기술로 이 아름다움을 그대로 담아내지 못한다는 것.

정신없이 자전거를 타고 프라하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덧 시간은 새벽 3시를 넘어간다. 그냥 광장 한 쪽 벤치에서 잘까 하다가 이왕이면 높은 곳에서 자기로 했다.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수도원 쪽으로 올라가기로 하고 한참을 가파른 언덕을 올라갔다.

아쉽게도 늦은 시간이라 수도원에 들어갈 수가 없어 그 옆에 있는 잔디에 누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피곤한 몸을 눕힌다.

밤하늘을 보며 매트리스를 깔고 잔디에 누워있는 것도 꽤나 낭만적이다.

◎자전거 유럽일주(이동구간 : 프라하 : km) 6월4일(토요일)

6시쯤 됐을까.

공원에 누워 잠시 눈을 붙이고 있다가 빗소리에 잠이 깬다. 정신없이 일어나 후다닥 짐을 정리하고 다시 시내로 들어간다. 새벽의 낭만은 어디로 갔는지 애고 춥고 정신이 없다.

빗속을 뚫고 한인 민박집을 찾아 들어가서야 한숨을 돌린다.

이번에 머무는 민박은 ‘딸기 민박집’.

프라하 시내에서 9번 트램을 타고 조금 외곽으로 나가면 있는 집이다.

처음 전화를 하고 찾아갔을 때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오는 우리 모습을 보고 가슴이 찡 했다는 민박집 이모님. 힘들게 여행하는 우리가 안쓰러웠는지 이른 시간에 도착한 우리에게 냉이까지 넣어 된장찌개를 끓여주신다.

매번 여행 중에 느끼는 것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자전거로 여행을 하고 있다고 얘기하면 무척 안쓰러워한다. 물론 본의 아니게 우리의 지금 모습이 동정심 유발에 한 몫 하기도 하지만 덕분에 어디를 가나 특별한 대접을 받으니 자전거가 우리 여행에 꽤나 많은 도움을 준다.

민박집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오후에 프라하로 나갔다. 이번에는 우리 셋이 아닌 민박집에서 같은 방을 쓰는 28살 형과 함께 시내 관광에 나섰다.

낮에 보는 프라하의 모습은 새벽에 본 프라하의 모습과는 무척 다르다. 한가하고 고요했던 새벽의 모습과는 달리 시내 거리마다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활기찬 모습이다. 오늘은 운이 좋게도 같이 다니는 형의 직업이 사진작가란다. 덕분에 어제 놓쳤던 프라하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