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모어에 새겨진 미국 대통령은 조지 워싱턴(초대), 토머스 제퍼슨(3대), 에이브러햄 링컨(16대), 시어도어 루스벨트(26대) 등 4명이다. 미국의 건국, 성장, 보존, 발전에 기여한 위인들이다.
크레이지 호스는 세계 전쟁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1876년 6월 25일 ‘리틀 빅혼의 결투’에서 남북전쟁 불패 신화의 주인공 조지 암스트롱 커스터가 이끄는 제7 기병대를 전멸시킨 영웅이다.
미국인들은 러시모어에서 역사의 자부심과 애국의 혼을 가슴에 담은 뒤 크레이지 호스 앞에서 역사의 오만과 인종차별의 치부를 참회한다.
러시모어의 얼굴상은 4개가 똑같이 18m다. 코는 6m, 눈은 3m. 루스벨트의 콧수염은 6m다. 1927년 첫 발파를 시작해 1941년 완공까지 14년이 걸렸다.
반면 크레이스 호스의 전신상은 1948년 착공돼 반세기가 넘었지만 이제 얼굴만 완성됐다. 러시모어에서도 잠시 일했던 세계적 조각가 코자크 지올코브스키의 고집 때문이다.
수우족 추장 헨리 스탠딩 베어(Standing Bear·서 있는 곰)로부터 그의 생일과 크레이지 호스의 죽은 날(9월 5일)이 일치한다는 편지를 받은 지올코브스키는 마치 거대한 자석에 이끌리듯 한 편의 서사시 같은 성난 말의 삶을 재현하는 데 여생을 바치기로 결심했다.
그는 러시모어와는 달리 혈혈단신으로 바위산 전체를 깨고 깎는 대역사를 구상했다. 높이 169m, 너비 201m, 얼굴 27m의 규모. ‘인디언 신화에 몸을 숙인 백인’이란 멸시가 이어졌고 가진 돈은 174달러가 전부. 하지만 연방정부의 재정 지원은 거절했다. 대신 하나 둘 관광객이 찾아오면서 생긴 입장료 수입만으로 묵묵히 작업을 계속했다.
1982년 그가 죽자 부인과 자녀, 손자들이 유업을 이어받았다. 그리고 꼭 50년 만인 1998년 마침내 우리네처럼 광대뼈가 툭 튀어나온 몽골리안의 얼굴이 완성됐다. 대를 이은 한 백인 조각가의 손끝에서 인디언의 역사가 재생된 것이다.
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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